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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대도감
미즈키 시게루 지음, 김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9월
평점 :
도감류의 책은 언제나 흥미가 생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 여러 권이더라도 여기는 뭐가 다르고, 이건 어떤 식으로 특색이 있을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생각보다 실망인 것도 있는 편이긴 하다. 내용이 빈약하다던지, 그림이 별로라던지. 둘 다 만족스러우면 좋겠지만 그래도 가장 이목을 잘 끌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그림이다. 아무리 글이 잘 써져 있다 해도 그림이 받쳐 주지 않으면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확 들기 때문이다.
저자인 미즈키 시게루의 이름은 많이 들어본 편이다. 요괴 관련된 정보나 작품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가 분이라 그렇다. 독특한 그림체를 가진 만화로도 유명해서 한 번 보면 금방 알아볼 정도다. 그렇다 보니 이 작가 분의 이름으로 나온 요괴 도감이라고 하니 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림 부분에서 그랬다.
대체로 알아보기 쉬운 분류로 정리 되어 있다. 유명한 요괴, 인간형, 동물형, 반인반수, 물건형(츠쿠모가미류), 불꽃의 형태, 자연물. 그냥 보기에도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나쁘지 않다. 이 중에 동물형에는 비슷한 계통에 속한다고 여겨진 경우를 묶어 놓은 부분은 처음 봐서 주목하게 됐다. 맨 처음 1장인 유명한 요괴 부분은 어떻게 보면 분류하기 어려운 것들을 뭉뚱그려 놓은 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번 쯤 어딘 가에서 들어 봤을 요괴를 굳이 나눠 놓는 것보다는 한 번에 찾아보기 쉽게 모아 놓는 편이 더 효율이 좋게 보여서 그렇다.
현대에 유행한 괴담인 인면견과 입 찢어진 여자 같은 경우도 요괴로 취급하여 포함되어서 다소 특이하게 보일 만도 하다. 개인적으로 요괴가 문화적 현상이라고 봤을 때 현대에 존재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요괴가 단순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대에 새로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본다. 아직은 현대 괴담 영역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는 요괴 도감에 현대 요괴 항목이 생길 것이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림은 기대한 것 만큼 흥미롭다. 옛날 요괴 그림에 있던 형상을 그대로 따라 그린 듯한 것이 있는 가 하면,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그림이거나, 두 스타일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묘사된 기록이 존재하는 경우면 최대한 비슷하게 나타내고, 그렇지 않은 경우나 다소 보충이 필요한 곳에는 작가의 상상을 반영해서 묘사한 걸로 보인다. 아기자기하거나 소소한 유형에는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 편이고, 제법 섬뜩한 유형에는 세밀한 표현이 돋보여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느낌이 살아 있다.
각 요괴에 대한 정보는 간략하게 서술된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간략함이란 생김새와 특징, 자주 목격된 지역, 관련된 옛 이야기 정도의 내용이다. 딱 이게 어떤 요괴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더 상세한 분석이나 문헌 자료를 원하는 경우라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간편하고 쉽게 보기 좋아서 조금 더 다양한 요괴를 알고 싶다면 딱 좋다. 익숙한 것이 많으면서 처음 보는 것도 많으니까. 한편으로는 이게 왜 없을까 싶은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느끼는 인상 정도라고 알아두면 되겠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크지 않을 정도로 꽉 차 있다고 보여지니까.
듣기로는 세계의 요괴를 다룬 책도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거기에는 또 어떤 스타일의 그림이 있고, 어떤 설명을 써놓았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