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의 밤 매그레 시리즈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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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살면서 서로를 파악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일이 많아서 그렇다. 이게 단순히 사람의 성격이나 어떤 과거를 살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삶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중요하고,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묻는 것이다. 이걸 신경 쓰지 못한다면 한 쪽만 일방적인 관계가 되고 상대방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이상한 모습이 된다. 이렇게 되면 누가 거짓인지 알아보기 어렵고, 누군가의 진심은 의심을 받으며 왜곡될 수밖에 없다.

아르파종 교외의 <세 과부의 교차로>에서 다이아몬드 상인 이자크 골드베르그가 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된다. 발견 장소는 동생과 같이 살고 있던 카를 안데르센 집의 차고에 있던 차량 안이다. 그런데 시체가 타고 있던 차는 안데르센의 차가 아닌 근처에 사는 보험업자의 차였고, 안데르센의 차는 보험업자 집의 차고에 있던 것이다. 이런 탓에 유력 용의자 추정하고 체포된 안데르센에 대한 혐의가 확실하지 않아 매그레는 골머리를 썩는데...

뭔가 간단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묘하게 보인다. 있는 그대로만 본다면 시체는 원래 그대로 있는데, 차량의 위치만 바뀐 것이다. 다른 가정을 한다면 시체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는데, 굳이 차량을 바꿔치기 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사건 장소가 민가가 극도로 적은 한적한 시골의 교차로 지점이라 사건 관계자로 추정된 인물이 한정적인데도 이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은 사건으로 보이던 것이 갑자기 큰 사건으로 번져서 점점 더 이게 무슨 사건인지 감을 못 잡게 한다.

한편의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느낌이 강하다. 엄청난 추격전이나 액션 같은 건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를 긴장감과 돌발적인 총격 장면이 자주 나와서 그렇다. 평소에 알던 매그레 반장이 나오는 작품 스타일과 조금 다르게 보여 낯설기도 하면서, 색다른 묘사들이 강렬하게 눈길을 확 끌어 흥미롭게 한다. 제목처럼 많이 나오는 밤 중의 교차로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말이다. 이 어둠 속을 가르거나 점차 밝히는 다양한 빛에 대한 묘사가 다양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차량 불빛, 손전등 불빛, 담뱃불, 야간 조명 같은 인공적인 불빛에서는 초조함과 긴박감이 나타나고. 지평선 너머로 올라오는 새벽의 햇빛 같은 자연의 불빛은 긴장을 완화 시켜 안정감을 나타냄과 동시에 모든 게 끝난 뒤에 팍 나타나는 클라이맥스 효과 같기도 하다. 여기에 시골 풍경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음들까지 더해지며 외진 교외의 시골 교차로가 가진 두 가지 모습을 인상적이게 보여준다.

이렇게 마치 영화 같은 느낌이면서 평소의 드라마 부분은 여전히 안타까운 사연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섞일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 발생한 비극이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올곧은 순정이라 발생한 희극 같기도 하다. 온갖 음모와 암투가 판치는 가운데서 그 순정은 참으로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이용해 먹을 검은 손길이 계속 덮치는데도 그 어떤 흠집 없이 한결 같으니. 되려 이 순정 때문에 엄청난 범죄가 마구 꼬여서 촌극 같이 보였을 정도라 말 다했다. 매사에 진심이고, 숨김 없이 사실을 털어 놓고도 의도를 의심 받고. 온갖 위협에 시달리고도 일편단심이기에 이 드라마 역시 양면이 돼버린다. 당사자에게는 누가 뭐라 해도 본인만 좋다면 상관 없을 희극. 타인이 보기에는 왜 저렇게 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돼서 그저 딱하게 보이는 비극.

이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공존하는 드라마를 보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다는 걸 다시 보게 된다. 제 아무리 지극정성을 다하는 순정이라 해도 손에 익은 버릇을 고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예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닌데, 싫어지게 되는 애증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이게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누가 뭐라 해도 어쨌든 이걸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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