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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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미의 혼령

귀신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작은 아버지의 지인인 K삼촌이 겪었다는 오후미의 유령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무가 집안의 마쓰무라는 시집 간 여동생 오미치가 갑자기 이혼을 하겠다며 찾아와 크게 놀란다. 이유는 어느 날부터 밤마다 오후미라는 여자의 유령이 나와서 자신과 아이가 불안에 떠는데도 남편이 상대해 주지 않아 못 살겠다는 것이었다. 마쓰무라는 유령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오미치의 남편인 오바타를 찾아가게 되는데...

스토리 구조만 보면 다소 흔한 유령 이야기의 실체를 파악하는 가벼운 추리극이다. 크게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구성이다 보니 너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 만하다. 하지만 이게 한시치라는 인물이 첫 등장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겉으로 볼 때 기묘한 사건을 현실적인 사건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컨셉을 어필하고. 한시치가 대체로 어떤 스타일의 인물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 적당히 프롤로그로서 보면 되겠다.

석등롱

한시치가 아직 오카핏키 밑의 데사키로 일하던 시절인 19살 무렵에 있던 일이다. 기쿠무라라는 분가게의 딸 오키쿠가 아사쿠사에 있는 관음보살님에게 참배하러 갔다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실종 다음 날, 오키쿠가 기쿠무라에 나타났다가 그대로 다시 사라졌다. 참배하러 갔을 때 신었던 나막신을 현관에 남긴 채. 그 다음 날에는 기쿠무라의 안주인인 오토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행방이 묘현한 오키쿠라고 하는데...

한 끝 차이로 괴담과 현실 범죄가 공존하는 분위기라 한시치의 첫 사건이자 발표된 순서 상 두 번째 작품인데도 여러모로 놀랍다. 추리 부분이 한시치만 알아보는 작은 단서와 정보로 해결된 점(사실 이건 <오후미의 유령>에서도 마찬가지다.)이 요즘 시점에서 보면 다소 김이 새지만,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과정을 알려주는 것이 옛날 추리소설에서 많이 나타난 스타일이다 보니 어느 정도 감안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못난 사람은 끝까지 못나게 보이는 법일까. 상당한 악질 범죄를 저지른 범인 치고는 마지막이 참으로 비참하고 구슬퍼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동정을 받을 만한 안타까운 사연 같은 건 전혀 없다. 그저 감당 못할 일을 저질러 놓고 마음 약하게 구는 범인의 모습이 추하게 보일 뿐이다.

수상한 궁녀

한시치는 아는 찻집 주인 오카메로 부터 사건을 의뢰 받는다. 어느 날, 찻집에 번듯한 무사가 방문해 차 값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돌아간 일이 있었고, 그 이후 딸이 이따금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딸의 주장에 따르면 어느 저택에 불려가 시중 드는 여인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봐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가끔 식 돌아다니다 보니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었다는데...

납치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보이는 사건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사연이 나와서 나름 흥미로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호의와 정체 불명의 무언가가 섞인 기묘함은 공포 같으면서 현실과 또 다른 환상 같은 느낌을 줘서 꽤 좋았고. 예상치 못한 전개로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이 참 독특했다. 사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주라서 급전개로 보일 수도 있으나 지금 시대에도 이것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돈 냄새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 언제나 불한당이 끼어드는 법이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체면을 신경 쓰기 바쁜 건 비슷한 모양인가 보다. 무슨 사정인지 잘 설명했으면 편할 일을 괜히 복잡하게 만들어서 괴담 같이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작중의 사연은 신분과 상관 없이 어디에 쉽게 말하기 어려운 집안 사정이라는 점은 감안해야겠다. 이유 모를 선의가 거짓이나 기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다행이기도 하고.

쓰노쿠니야

토키와즈(일본 샤미센 음악의 한 종류로 한국의 판소리와 비슷함.) 여사범 모지하루는 아카사카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으스스한 여자와 마주친 일을 겪는다. 아는 도편수의 말에 따르면 쓰노쿠니야라는 술집에 양녀로 있었다가 쫓겨난 오야스라는 여자의 유령이라고 하는데...

복수를 위해 죽은 이후에 유령으로 찾아와 저주를 내린다는 괴담. 인과응보를 다루는 이야기의 대표적인 유형이라 세계적으로 보면 꽤 많은 편이긴 하다. 이런 저주는 조금씩 쌓여가며 커진 형태라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마저 섬뜩한 재앙 그 자체다. 그렇다 보니 분량 만큼이나 사건의 규모가 상당한 편이다. 직접적인 피해자야 말할 필요도 없고, 그저 관계자라는 이유로 발생한 간접적인 피해도 상당하다.

그야말로 괴담 그 자체로 보일 만한 내용이나 후반부에서 밝혀진 실체는 엄청나게 추악한 대규모 범죄였다. 요즘 시대에는 씨알도 안 먹히고, 엄청나게 번거로워서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이해가 안 될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게 바로 현재와 과거의 시대적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의 것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야 마는 사람의 악독함이란 바로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

미카와 만자이

12월의 추운 아침, 가마쿠라 나루터 인근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남자의 품에서 여자아기가 발견된다. 그것도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송곳니가 나 있다는 점에서 항간에서 말하는 도깨비 아이다. 한시치는 죽은 남자가 신년 축하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이조라 추측하고 길거리 공연가들을 조사하는 한편, 아이의 출처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런 와중에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고 한탄하는 어느 노점상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시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슨 일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시치가 다시 노점상에게 물어보자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딱히 큰 사건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 심각한 전개로 이어져 여러모로 충격을 준다.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은 중범죄처럼 보이는 부분이 없고, 아기 관련된 기묘한 부분이 핵심인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일상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무게감이 덜하게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하필이면 사건이 벌어진 시간대도 새해가 곧 다가오는 연말연시라 더욱 비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사소하게 발생한 다툼이 대참사나 다름 없게 번진 걸 보며 세상 일이란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최선이라 생각한 방법은 언제나 성급하게 나오는 법이고, 그건 곧 최악의 수가 되고 만다.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이란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변수가 발생하기에, 모든 일이 반드시 잘 풀린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애초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따지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사건의 시작이 되는 다툼부터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우연으로 일어났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이로 인해 발생한 업보와 죄책감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의도치 않게 여러 사람을 죽게 만든 것이니까.

창 찌르기

어두운 시각에 갑자기 튀어나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창으로 찌르고 달아나는 사건, 일명 창 찌르기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오카핏키 시치베는 부하로부터 이상한 보고를 받는다. 늦은 밤, 가마꾼 둘이 빈 가마를 들고 돌아가는 길에 어떤 처녀를 태우게 된다. 그런데 누군가가 달려와 가마 안으로 창 찌르기를 하는 바람에 가마를 버리고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가마꾼이 가마를 안을 확인해 보니 처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죽어 있었다고 하는데...

작중의 표면적인 사건은 츠지기리라고 에도 시대에 종종 발생한 길 가던 사람을 이유 없이 칼로 베는 범죄의 일종인데, 요즘에도 가끔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와 똑같다고 보면 되겠다. 여기에 기묘한 사건이 동시에 얽히니 그 기괴함은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현실 범죄와 비현실적인 사건이 동시에 겹친 것이니 말이다.

기괴한 사건에 대한 부분이 단순 헤프닝 수준으로 밝혀진 탓에 결국은 창 찌르기가 모든 일의 원인이나 다름 없다. 이런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추측을 보면 굉장히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상이다.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런데 범인의 원래 살던 환경과 현재 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충돌하는 부분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요즘 말하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다만 이게 원래부터 인간성이 돼먹지 못한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여전히 알 수 없겠지만.

여우와 승려

야나카의 지코지라는 절에서 주지 에이젠이 어느 순간 여우로 변해버렸다는 소문이 난다. 더 정확히는 주지가 동자승과 함께 어느 골동품상을 방문했다가 동자승만 혼자 돌려 보냈는데, 다음 날이 되어도 안 돌아오던 중에 근처의 다른 절에 있는 도랑에서 주지의 옷을 걸친 여우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사건 조사가 끝난 이후, 이웃집 장례식 때문에 야나카에 온 한시치는 여우의 시체가 발견된 도랑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하고 있는 동자승을 발견하게 되는데...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에 대한 점만 빼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게 특별한 면이 없어서 아쉬움이 있다. 이런 종류의 괴담은 아무래도 예측하기 너무 뻔하기도 하고. 나름 주목할 부분이라면 에도 시대에도 종교 내부적 갈등이 있었고, 그게 생각 이상으로 과격했다는 점. 그리고 사소한 부분에서 발생한 오해가 생각 이상으로 별거 아닌 것을 이상하게 만든 다는 것이다.

한겨울의 금붕어

하이카이(일본 정형시인 하이쿠의 특정 스타일.) 사범인 기게쓰는 아는 골동품상으로부터 겨울에도 키울 수 있는 금붕어를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게쓰와 여급이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다. 그 어떤 단서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주변 사람을 조사하던 중, 한시치는 현장을 처음 목격한 골동품상으로부터 금붕어 얘기를 듣게 된다. 예정대로 겨울에도 키울 수 있는 금붕어를 기게쓰를 통해 다른 이에게 팔았지만, 그 다음 날 바로 죽어버려서 난처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이상한 인간 관계로 인한 파국으로 밝혀져 의외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겉만 보고서 알 수 없는 일은 꽤 있다. 점잖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파렴치한이었다던지, 수상쩍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그 어떤 결점 없이 깔끔하게 사는 사람이었다던지. 이런 편견 아닌 편견 때문에 무슨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충격 받을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금붕어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남지만 나름대로 이 사건을 상징하는 하나의 비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게 대체 뭐라고 그렇게 소란을 피워가며 사람을 죽일 만한 일이었을까. 가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일이 사소한 부분에서 너무 심각해진 것이다. 이렇듯 금붕어에 대한 문제도 그냥 건강하게 잘 크는 것이었는지 그것만 따졌으면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겨울에도 키울 수 있는 금붕어냐 아니냐. 이걸 굳이 물고 늘어져 봤자 불필요한 분쟁과 이상한 사람 취급만 돌아올 뿐이다.

에도가와의 보라잉어

늦은 밤, 우시고메 무료지 문전 마을의 짚신 가게에 누군가 찾아온다. 혼자 있던 안주인 오토쿠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니 어떤 여자였는데, 꿈에서 보라색 기모노를 입은 기품 있는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이곳에 있으니 와 달라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오토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남편이자 가게주인인 도키치는 요즘 장사가 안 돼서 낚시가 금지된 에도가와 강에서 몰래 보라잉어를 잡아다 팔고 있었고, 지금 부엌에 어제 잡은 잉어 한 마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이야기의 한 부분 같은 느낌이다. 물고기를 낚았는데 갑자기 말을 해서 살려주면 큰 보상을 해주겠다. 아니면 어떤 동물을 잡았는데 그 동물의 배우자가 사람으로 나타나 돌려 보내 달라고 부탁하거나. 그저 옛 설화나 전설이었다면 기묘한 이야기 중 하나겠지만, 이 소설 속 사건으로 나온 이상 그렇게 훈훈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하지 말라는 것을 굳이 하고 마는 사람들이 꼭 있다. 여기서는 보라잉어 하나로 엮인 복잡한 관계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형국인데, 겨우 이거였다는 진상이 많아서 어이없게 보일 만하다.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했다면 타이밍 맞게 적당히 손을 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사서 파국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결국 막을 수 없나 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지 않은가. 마음이 급해지면 침착하지 못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는 모양이다.

외눈박이 요괴

새를 파는 가게인 노지마야에 어느 무사가 방문해 귀한 매추라기를 구매하고서 내일 아침에 모처에 가지고 가야 하니 오늘 밤 중으로 배달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밤 중에 가게 주인 기에몬은 안내인과 함께 무사의 집에 도착한다. 무사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은 낡은 집이라 여기며 한참을 기다리던 중, 어느 소년이 들어와 방에 걸린 족자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기에몬은 보다 못해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가 기절하고 만다. 소년의 얼굴이 외눈박이였기 때문이다...

제법 무서운 이야기와 강도 사건이 얽힌 것 치고는 해결 과정이 너무나 싱겁다. 단서 하나로 유추해서 줄줄이 엮여 나왔다 해도 너무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보여줬다는 인상이 강하다. 유독 분량이 짧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 이게 딱 적당한 말이라고 본다. 괜히 불필요한 사족을 덧붙였다가 나름 완벽 범죄의 덜미를 잡혔으니 말이다. 그냥 범죄라면 몰라도 괴담까지 같이 있어서 더욱 번거로워 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있겠다. 하나를 계획하는데도 준비가 많이 필요한데, 두 개면 어떻겠는가.

단발뱀의 저주

에도에 콜레라가 유행한 탓에 단발뱀 전설로 인해 한산했던 고비나타의 스이도초에 위치한 히카와 신사에도 참배객이 몰린 때였다. 인근에 있는 담배가게의 모녀와 여급이 히카와 신사를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단발뱀과 마주치고 만다. 다행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이후 팔손이나무 잎을 달아두면 좋다는 소문이 돌아 담배가게에서도 똑같이 했는데, 바로 다음 날에 팔손이나무 잎에 글자가 적힌 듯이 벌레가 먹어 있었다. 딸이 죽는다고...

전염병이 도는 배경 속에서 벌어진 저주 관련 사건이다 보니 제법 흉흉한 괴담처럼 보였다. 어두운 밤의 길거리에서 무언가와 마주쳤다는 이야기조차 이 당시에 충분히 공포였을텐데, 매일매일이 죽음의 연속이던 전염병 유행 시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변사, 살인, 병사, 범죄. 그 어느 때보다도 공포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얽혀 다소 부풀려진 범죄였지만 어째 가해자들이 더 비참한 결과를 맞이해서 묘하다. 그냥 인과응보를 당했다고 보면 되겠지만,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라는 점도 그렇고 소문으로 돌던 저주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실은 저주가 실제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발뱀이 자신을 사칭한 이들에게 진짜 벌을 내린 거라고 말이다.

사라진 두 여자

고가네이의 벚꽃을 보러 길을 나선 한시치와 부하들은 이왕 멀리 온 김에 근처의 가까운 역참이 있는 후추까지 가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거기에서 못된 아버지 때문에 자살하게 된 딸과 연인인 에도 포목점 아들의 유령이 나온다는 집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이후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되어 한시치는 에도의 술도매상 마님이 후추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러 갔다가 실종된 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특정 장소에서 연달아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력 용의자가 금방 좁혀질 것으로 보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얽힌 인물이 많아서 놀랍다. 아무래도 사건 장소가 유명 관광지라는 점에서 의도치 않게 겹친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아는 사람끼리도 못 알아보고, 나중에 알게 되는 일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보니 이런 점을 이용해 은근슬쩍 일을 저지를 만하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는 말이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지독한 사람끼리 연결될 수도 있는 걸까. 사건 관계자 대부분이 나쁜 짓을 저질렀기에 누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소수의 몇 명은 진짜 피해자라고 할 만한 부당한 피해를 당했기에 아예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나쁜 사람들끼리 모의 했다가 더 지독한 사람이 뒤통수를 쳐서 버려진 것을 과연 피해자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정도가 다를 뿐이지 똑같은 사람끼리 만났기에 벌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중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 역시 죽어도 혼자 죽지 않겠다는 원망이 담겨 있어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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