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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평점 :
공포란 표현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내는 아이디어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예시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나폴리탄 괴담이다. 핵심에 해당되는 부분이 빠진 채로 이야기가 끝나다 보니 그 찜찜한 맥거핀에서 오는 꺼림 직함이 매력인 괴담이다. 그 만큼 창작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 파생된 매뉴얼, 규칙 괴담을 보면 또 그렇게 보이지 않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그저 쉽다. 이게 바로 방심이자 발전 없이 매너리즘으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일정 규격이 잡히고 그 안에서 계속 똑같은 형태로 돌기만 하니 새로운 작품이 나와도 그게 그거라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스타일이 나왔다고 거기에만 주목하기 보다는 거기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걸 성공시킨다면 그 아이디어는 잠깐의 유행이나 심심풀이가 아니라 확고한 스타일로 자리 잡는 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한 형태의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내용이라 초반 내용은 많이 익숙하다. 이미 접해본 경우가 꽤 많다 보니 이 책이 출간됐다고 들었을 때 기대가 많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도면으로 주목 받은 스타일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내용을 그대로 재탕한 초반 말고는 또 다른 도면과 사건을 다루는 옴니버스 스타일로 이어진 도면 괴담 단편집. 그런데 막상 읽어본 내용은 전혀 다른 구성이었다. 맨 처음 시작된 도면으로부터 쭉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다.
출판사의 아는 지인이 구매 예정인 집의 이상한 점을 알아보기 위해 평면도를 받아온 나. 건축회사에 다니는 지인인 구리하라와 함께 수상쩍은 점을 알게 되고, 다소 섬뜩한 추측까지 나오며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의심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지인의 집 구매가 취소 되면서 집에 대한 의구심은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 얼마 뒤, 문제의 이상한 집에 대해 쓴 기사를 보고 어떤 여자가 찾아온다. 자신의 남편이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살해 당한 것 같다면서...
내용 전개상 평면도의 중요도가 높은 편이라 책으로 이걸 어떻게 나타낼지 궁금했는데, 중요 포인트마다 평면도 그림을 잘 배치해서 몰입하기 좋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처음 보여준 것 외의 다양한 평면도를 제시해 더욱 흥미롭게 하고. 상세한 포인트를 짚을 때도 그에 맞는 그림이 잘 제시되어 있어 금방 이해하기 쉽다. 단순히 그림으로 분량을 때우는 것이 아니고, 평면도라는 소재의 일관성을 지키며 스토리를 확장시킨 부분에서 꽤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단순 괴담에서 점차 미스터리처럼 진행되긴 하지만, 공포라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며 결말을 내기에 아주 좋게 봤다. 현실적인 면과 오컬트를 넘나들며 어느 한 쪽 만으로 설명되지 않은 복합성 있는 공포가 참 특이했다. 이게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짬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스토리 안에서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 자연스러운 연결을 보여줘서 감탄했다. 작중에서 벌어진 사건이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가진 다는 것도 나름 주목할 점이다. 가족,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하면 특정 집안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사회적으로 보면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뉴스를 보면 가끔 나오는 일명 작은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집안도 사회는 사회니까.
이 작품이 평면도에 대한 해석을 통해 나온 섬뜩함으로 주목 받다 보니 리얼리티 있는 현실성을 바라는 경우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질 만도 하다. 엄청난 현실 범죄 스토리라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오컬트가 얽힌 흔한 무서운 이야기였다고. 하지만 이건 알아둬야 한다. 괴담이나 공포에 완전한 현실성을 따지는 건 애초에 무리다. 공포란 상상의 영역을 통해 더욱 넓혀가는 것인데, 지나치게 현실성을 따지면 확장성이 떨어져 오히려 재미 없어진다. 또한 묘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 괴담의 정석이라 완벽한 결말을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현실성에 대해서는 호불호의 영역일 뿐, 완성도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