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열대야

8월의 어느 밤, 산장에서 돈 문제로 들이닥친 야쿠자와 빚을 진 친구 부부 사이에 낀 채로 있게 된 나. 친구인 토도는 2시간 안에 돈을 구해오겠다며 내 차를 빌려 타고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토도는 돌아오지 않고,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을 하지 않은 야쿠자가 친구의 아내 미스즈를 노리는 바람에 지켜야 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사실상 욕망을 테마로 다룬 내용이나 다름 없다. 욕망으로 인해 인연이 꼬이고, 욕망으로 인해 극한의 상황에 몰리고, 그 극한의 상황 속에 뒤틀린 끔찍한 욕망이 존재하고, 또 다른 곳에서도 판단을 뒤흔드는 욕망이 나오고. 모든 곳에 욕망이 존재하고 욕망과 욕망이 싸우며 서로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무척이나 기분 나쁘고 절망적인 전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게 이 부분 아니었던가? 그럼 그건 대체 뭐였을까? 그게 사실은 이것이었다니! 참 기가막히고 어이없는 연계를 보며 제목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숨막히는 무더운 여름의 밤 그 자체다. 이 작품 속에 존재한 따뜻함이란 그저 불쾌한 여름 밤의 열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결국에......

겨울의 어느 날, 건강 검진을 받으러 병원을 찾은 노인 테츠지. 노인 봉사활동 단체로 위장한 어느 급진파 조직에 들어 갔지만 현상금 때문에 정부 측에 밀고하는 코이치. 시체 정리 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학생 토라노스케. 고령화 문제가 극심해진 세상에서 이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이 도달한 곳은 결국...

인물 3명의 시점을 보여주지만, 코이치 말고는 딱히 심각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다 보니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인지 상당히 의아했다. 노인 복지에 대한 문제? 실업 문제가 극심해진 암울한 미래 사회? 그런데 점차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진실이 계속 나오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남일 같지 않은 현대 사회의 문제가 심화된 가까운 미래처럼 보이며, 최소한의 희망과 온정마저 짓밟히고 식어버리는 현실을 보게 되서 그렇다.

정보가 통제되고, 국가의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고, 사회적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분쟁을 조장하고. 아무 것도 모른 채 국가라는 이름 하에 희생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이 현대에 재현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것도 고령화 사회에 맞춘 형태로 말이다. 다만 이건 일본에서만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 둬야 한다. 인구 고령화와 세대 갈등이 만연한 현대사회 어떤 곳에서도 가능할 법한 최악의 시나리오나 다름 없다.

작중에서 토라노스케는 자신이 좁은 세계에 살고 있었다, 즉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우물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우물이 과연 맞을까? 누군가가 우물의 존재를 말하는 것과 스스로가 느낀 우물의 존재가 동일할까? 우물 바깥에 더 큰 우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큼 절망적인 건 없다.

마지막 변명

시청에서 근무하는 나는 쓰레기로 가득한 어느 집에 대한 민원을 받게 된다. 문제의 집은 신흥주택지에 있었고 거기로 가는 도중에 옛날에 살던 동네를 지나게 된다. 죽었다 되살아난 소생자들이 일으킨 폭동으로 아버지를 잃었던 기억과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던...

처음에는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작품으로 보였는데, 점차 흔히 생각하는 좀비와 뭔가 다른 걸 넘어 이걸 과연 좀비라고 해도 되는 건지 의문스러워졌다. 별로라는 의미가 아니다. 평소 잘 알던 것인데 뭔가 다른 점이 많다 보니 느껴지는 신선한 충격, 또는 위화감이라고 해야겠다.

좀비로 인한 멸망이나 생존이 아닌 사회문제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런 부분은 예전부터 종종 나오던 소재긴 하다. 좀비로 인해 멸망까지 갔다가 해결책을 발견해서 다시 복구 되기 시작한 사회의 혼란상.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히 나누어져 있지만 따지기 어려운 책임. 좀비에 대한 인권 문제. 그 밖에도 다양한 법률적 문제나 사회적 갈등을 나타난다. 하지만 소재가 비슷하다 해도 이 작가 특유의 매우 복잡한 감정과 점차 흘러나오는 불쾌한 묘사는 그 어디에서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좀비는 그저 살아 움직이는 시체가 아니다. 소생이라는 말 그대로 되살아난 사람이다. 여기에 흔하게 알려진 좀비의 특성이 적용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체로 이런 점을 이용해 사회 비판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많다. 여기서도 사회 비판 같은 요소로 보이는 부분이 꽤 있지만, 과연 이게 메인인지 혼란스럽게 하는 진실이 점차 밝혀진다. 사실상 좀비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망, 식욕에 대해 강조하는 내용이나 다름 없다. 이성 없는 식욕은 그저 괴물이라 여기고 처치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이성 있는 식욕이라면 어떻게 될까? 무슨 방식으로든 식욕을 정당화 하기 위해 수를 쓸 것이다. 특히 이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특정 집단이 다수가 되면 그들의 주장이 곧 상식이 된다는 것. 비정상적인 행동이 상식이 되고,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서 작용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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