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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붉은 눈
아버지의 일 때문에 갑자기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된 나. 첫 등교날, 전학생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마도 다카리라는 이름의 눈이 유독 인상적인 여자아이다. 뭔가 나이와 맞지 않은 분위기에서 오는 꺼림 직한 느낌을 받던 중, 그 아이가 결석을 하는 바람에 빵과 숙제를 전해주러 가게 됐는데...
학교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 중에서 전학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종종 있긴 했다. 낯선 아이가 온다는 점에서 신기함과 한편으로는 낯설다는 것이 이유모를 두려움으로 발전한 형태에서 나온 괴담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전학생에 대한 일방적인 따돌림에서 파생된 악의적인 소문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대체로 이런 괴담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흘러가는 구성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전학생. 점차 그 전학생과 엮이며 발생하는 무서운 일. 가족 중에 있는 심령 전문가의 도움으로 벗어나는 위기. 그런데 작중에 나타나는 불길한 묘사는 전혀 뻔하게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분위기를 시작으로 조금씩, 조금씩, 덮쳐오는 살아 있는 불길함이 생생하다. 어릴 적 보았던 괴담집이 인스턴트커피 같다면 이 소설은 진하다 못해 조금 쓴 아메리카노 같다고 해야겠다. 공포를 묘사하는 깊이나 결말에서 오는 상상도 못한 반전의 섬뜩함이 있어서 그렇다.
괴기 사진 작가
잡지 편집자로 일하던 나는 영국 괴기 사진작가의 사진집을 접하고 좀 더 알기 위해 출판사까지 찾아간다. 그런데 거기서 기획 편집자로부터 또 다른 괴기 사진작가에 대해 듣게 된다. 모쿠노 요시미라는 사진작가로 우연히 방문한 개인 사진전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뭔가 이상한 사람을 떠맡아 달라는 부탁처럼 보여서 꺼림 직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사진이 궁금해진 나머지 모쿠노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데...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로 사진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에는 주로 이상한 것이 찍히는 심령사진이 대표적인데, 과거에는 동서 가리지 않고 영혼을 뺏어간다는 인식이 많았다고 한다. 관점으로 따지자면 무엇이 찍힌다는 것과 현실에 있는 것을 똑같이 담아낸다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 관련 공포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라면 이 두 가지 관점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령사진 비슷한 내용으로 보이다가 점차 사진 그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여러모로 놀랍다. 보통은 무언가가 찍혀서 무섭다고 하지, 사진 그 자체가 무섭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딱히 이상한 것이 찍히지는 않았지만 그 장소에 존재하던 무언가가 담겨서 따라온 사진. 그런 사진이 수 백장이나 가득 쌓인다. 이러면 사진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 되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에 텍스트와 이미지에서 오는 공포의 차이점과 이 둘이 합쳐져 2배의 효과를 내는 부분에 대한 묘사까지 있어서 꽤 흥미롭게 봤다.
의외의 추리요소가 있다는 점에서도 놀랍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되짚어가다가 발견하는 반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트릭이 있어서 그렇다. 원문으로 봐야 이해될 부분이라 번역에 나름 신경 써야 될 부분이었는데 다행히 번역가 분이 센스 있게 해놓아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괴담 기담 · 사제 1 옛 집의 저주
작가가 실제로 수집한 실화 괴담으로 부록 형태로 4개가 수록되어 있다. 처음은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저주와 관련된 짤막한 괴담이다. 약간 흔한 괴담처럼 보이지만 그저 과거 시점의 얘기로 끝나지 않고 현재와 연결점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줘서 찜찜함을 남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작가가 수집한 실화 괴담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려다보는 집
귀신의 집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쓰게 돼서 문득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을 떠올리게 된 나.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사거리 오르막길 벼랑에 새로 지어진 서양식 주택이 있었다. 완공 이후로 몇 달이 지나도 사람이 살지 않은 점이 주목을 받아 친구들 사이에서 갑자기 화제가 됐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그 집을 계속 올려다보던 중, 나와 친구들은 너무 수상해 보인 나머지 몰래 들어가 보기로 하는데...
흔히 흉가로 알려진 곳은 심령스폿으로는 물론이고 온갖 무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흉가라고 하는지는 대부분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애매한 경우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를테면 이 소설에 나오는 집 같은 경우 말이다. 딱히 이상한 소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 방치된 집이 아닌 새로 지은 신축 건물이다. 문제는 사람이 사는 인기척이 전혀 없다. 대놓고 음침한 분위기가 무섭긴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경우도 은근 무섭긴 하다.
전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의 탐험 같은 느낌으로 전개되는 중간에 집에 대한 불길한 느낌을 강조한다. 단순히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고 구체적인 무언가의 목격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기묘함을 점차 쌓아가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나와서 무섭다가 아니라 그냥 멀쩡하게 생긴 집 자체가 무섭다는 인상이다. 여기서 나타난 공포 요소는 복선이 주어지고 나중에 무슨 의미인지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이다. 나름 이 부분을 추리 요소로도 볼 수 있긴 한데 무서운 이야기에서 흔히 나오는 반전 같은 것에 가까워서 추리로 보이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저 이런 부분에서 공포와 추리는 성격이 다르면서도 한 끝 차이로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괴담 기담 · 사제 2 원인
안 좋은 일은 갑자기 연달아 온다고 하는데, 딱 그런 일이 일어나는 실화 괴담이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하지만 연속 불행에 대한 원인이 딱히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이런 것 밖에 없다. 불길한 무언가와 접촉했다든지. 일종의 저주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저질렀다면 몰라도 우연히 마주친 것이라면 예기치 못한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특히나 이게 실화 괴담이라고 하니...
한밤중의 전화
한밤중에 전화를 받게 된 나. 전화를 건 친구는 내가 작가 데뷔를 한 기념으로 방문했었던 심령스폿으로 유명한 산에 와 있다고 한다. 그저 밤중에 심령스폿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호러작가라는 설정을 현실에서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그런데 친구가 전화를 계속 이어가며 문제의 심령스폿을 방문한 이후 발생한 일들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전화와 관련된 괴담하면 대부분 둘 중 하나다. 수신자나 발신자에게 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소설로 진행했으면 약간 뻔하게 보일 수도 있어 대화문으로만 진행되는 내용으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서술이 없으니 대화 안에서 나오는 한정된 정보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에 작중 인물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더라도 그걸 진짜로 받아들이는 이상, 독자 역시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공포 뿐만 아니라 추리 요소를 어느 정도 써먹기 딱 좋다.
부주의 하게 심령스폿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듯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단순 재미로 버려진 장소에 무단 침입하는 사례가 많다. 사유지 무단 침입 같은 법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 좋지 않은 장소에 있는 것에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 보통은 그런 좋지 않은 것이 따라온다는 표현한다. 그런데 요즘 같이 통신이 발달한 시대라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찾아간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전화 관련 괴담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긴 하다.
재나방 남자의 공포
지방의 어느 온천 여관에 머물던 나. 여관 건물 구조가 독특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본관 건물 밖에 존재하는 산길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산길을 올라 온갖 폐허를 목격한 끝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자정 무렵, 불이 꺼진 온천에 들어가 있을 때 그 누군가와 만나게 된다. 그는 어쩌다보니 산 속에 숨어 사는 사람이라고 하며 예전에 그림 연극을 하던 시절 겪은 재나방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아이들 앞에 나타나는 괴인에 대한 괴담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국내에서는 빨간 마스크나 홍콩할매귀신 같은 경우에 해당하고, 이런 괴담의 원조인 일본에는 입 찢어진 여자(빨간 마스크의 원조 격인 괴담)와 빨간 망토가 있다.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라면 19세기 영국에서 목격된 스프링힐드 잭이라는 것도 있다. 여러모로 익숙한 괴담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근현대에 들어서 많이 발생한 괴담이라는 점과 그냥 길에서 마주친 정신이상자나 거수자에서 끝나지 않고 사람의 형체를 한 기이한 존재로 묘사되는 부분에서 말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재나방 남자는 길거리 괴인 괴담에 서양에서 유명한 모 크리처를 합친 듯한 이미지다. 중간에 그 크리처가 언급되는 걸 보면 확실히 모티브로 삼은 것이 맞는 모양이다.
재나방 남자로 인해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앞선 다른 소설들에 비해 추리소설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피해자, 범인, 목격자, 사건현장의 미스터리. 추리소설하면 당연히 나오는 요소들이다. 단순 무서운 이야기 정도로 사건을 다루다보니 조금 더 자세한 단서 같은 것이 없긴 하지만 정황만 가지고 추리가 진행되긴 한다. 보통 이런 정황 추리는 물증이 없어서 조금 끼워 맞추기 식으로 허술하게 나오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나름 그럴싸한 근거가 충분히 뒷받침이 되다보니 꽤 그럴싸하게 나오는 편이다.
여기까지 보면 단편 괴기 추리겠지만 사건의 범인에 대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인가, 아닌가. 그냥 살인범이라면 추리소설로 끝나지만 범인이 정체불명이라면 공포소설이 되는 셈이다. 이건 앞서 말한 괴인 괴담에서 연장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마 작가는 이런 사소한 부분의 차이로 공포와 추리가 구분되며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접한 경우라면 장편 시리즈인 도조 겐야 시리즈를 단편 소설로 접하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괴담 기담 · 사제 3 애견의 죽음
애완동물과 연관된 괴담 역시 심심치 않게 있는 편인데 이 괴담 역시 그런 사례다. 이런 괴담의 특징이라면 애완동물의 진짜 정체 같은 괴기스러운 경우와 주인과의 인연을 다룬 감동적인 경우로 나눠진다. 그런데 이 괴담은 감동적이라 봐야할지 기이하다고 할지 조금 애매하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주인의 사랑으로 이어진 어딘가 감동적인 괴담이긴 하다. 문제는 이것이 애견이 만들어낸 기묘한 기적 치고는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괴담에서 무슨 과학적인 것을 따지냐고 하겠지만 이건 창작이 아니라 작가가 수집한 실화괴담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뒷골목의 상가
소설에 들어갈 괴담 소재 조사를 부탁한 나. 그 중에는 E 씨라는 인물이 겪은 어느 골목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체험인이 아직 그 곳에 거주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취재원이 사용 허가를 거부한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알 수 없는 기질 탓인지 나는 최대한 각색을 해서 소설 속에 해당 괴담을 넣으려 시도하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괴이한 일로 인해 결국에는 완전히 포기한다. 이후 취재원으로부터 오랜만에 우편물이 도착한다. 그 안에는 안부 인사가 적힌 편지와 함께 E 씨가 체험했다는 그 기이한 골목 이야기가 자세히 적힌 원고가 있었는데...
도시에서 가장 외진 곳이라고 한다면 골목길 밖에 없다. 물론 골목마다 다 똑같다고 할 수 없고 주택이나 상가가 밀집한 곳인 경우도 있어서 사람이 아예 안 보이는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골목이라고 하면 어딘지 무섭다는 인상이 드는 건 왜일까. 그것도 뒷골목이라고 할수록 더더욱. 그건 일상적으로 보이는 바깥 공간이 갑자기 협소해 보인다는 인상과 함께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위화감이 겹쳐서 발생하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원래 알던 세계에서 이세계로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이런 곳에서 누군가와 마주친다는 것은 엄청난 공포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앞에서 다가오는 것보다 뒤에서 오는 경우가. 앞에서 오면 적어도 누구인지 식별이 가능하지만 뒤라면 돌아보지 않는 이상 소리로 인식하는 것이 전부니까.
이런 골목길에서 느낄 법한 공포가 이 소설 속 괴담에 농축되어 들어 있는 인상이다. 단순히 골목길에서 위험한 사람이나 괴이한 존재와 마주친다는 정도가 아니다. 마치 현실과 다른 세계로 분리된 곳으로 빨려 들어가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존재에게 쫓긴다는 인상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그냥 뒤를 따라오는 낯선 존재라면 피하거나 숨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뒤를 따라오는 것이 하나의 공간이라면 어떨까. 현실이랑 똑같이 생겼지만 나와 그 낯선 존재랑 단 둘만이 존재하는 다른 세상. 내가 아는 세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공포가 골목길에서 끝나지 않고 확장돼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과 밖의 의미가 없어진다. 아무리 숨 죽여 숨어 있더라도 그 존재는 자신을 인식한 이상 어디든 찾아가니까.
결말에 나타나는 기묘한 추리 부분은 서술 방식이 완전 다르긴 하지만 <붉은 눈>에서도 반전으로 쓰인 것을 재탕한 것이나 다름없긴 하다. 무서운 이야기 결말에서 흔하게 쓰이는 클리셰나 다름없기도 하고. 보기에 따라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섬뜩함을 느낀다. 단순히 저주 같은 것이 퍼져 나가는 게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이라는 또 다른 세상이 현실에 구현되어 빨려 들어간다는 인상이라 그렇다. 작가가 설계한 메타적 설정이라는 점에서 꽤 흥미롭기도 하다.
괴담 기담 · 사제 4 찻집 손님
단순히 찻집에서 무례한 말로 떠드는 다른 손님을 작가가 직접 목격한 일 정도의 내용이다. 조금 허무하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이걸 눈앞에서 내가 직접 겪는 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할 것이다. 끝으로 각 괴담의 후기와 함께 작가는 아주 좋은 충고를 해준다. 그 어떤 무서운 이야기라도 누군가에게서 듣는 것이 최고다.
맞거울의 지옥
교토에 있는 출판사에서 일하던 시절의 나는 도쿄로 출장을 가서 캡슐 호텔에 묵게 된다. 거기서 세면실 거울이 좌우로 붙어 있는 맞거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문득 란포의 소설을 떠올린 그때 마침 세면실에 들어온 나이 많은 남자가 관심을 가져 잠깐 대화를 주고받다가 아예 괴담 관련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는 거울이 무섭다고 하면서 맞거울 때문에 자기 동생에게 일어난 무서운 일을 들려주는데...
거울 역시 많은 괴담에서 나오는 소재거리 중 하나다. 거울에 무엇이 비치는가, 비치지 않은 가의 문제부터 깨트려서 발생하는 부정, 기묘한 의식이나 부적으로의 용도 등등. 신비로움과 공포가 함께 존재한다고 해도 될 정도다. 특히 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맞거울은 한때 엘리베이터 거울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들어봤다.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해서 만들어지는 무한의 상 속에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런 내용이었다.
솔직히 소재 면에서는 잘 알던 괴담이라 그런지 크게 특별하다는 인상은 아니다. 결말 역시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맞거울을 들여다보는 묘사나 맞거울 속에 비춰지는 모습은 신비로우면서 기묘하다. 여기에 작중 인물의 일그러져 버린 인생과 맞거울이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무한이 반복되는 거울의 상. 좋은 일 없이 계속 반복되기만 하는 심심하고 불행한 삶. 무엇이 진짜 자신인지 알 수 없어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무한히 펼쳐진 거울상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끝은 나 자신이 진짜 내가 아니게 돼버리는 파국이다. 거울 너머의 무언가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은 이런 걸 뜻하는 걸까.
여담으로 여기서 언급된 란포의 소설을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든 심심하게 읽었든 간에 맞거울이라는 나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울을 볼 수 있으니까.
죽음이 으뜸이다; 사상학 탐정
사람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눈으로 확인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죽음을 막는 탐정 쓰루야 슌이치로. 갑작스럽게 사무소를 방문한 이누마라는 의뢰인에게서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아 돌려보내려 한다. 하지만 어딘가 포착하지 못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끼며 결국 사연을 들어본다. 이누마는 자신의 친구 3명이 죽었고 그 중 2명으로부터 죽음을 권유하는 말이 들려온다고 하는데...
작가의 또 다른 장편 시리즈인 사상학 탐정 시리즈에 해당되는 단편이다. 일본에서는 8권까지 출간되어 시리즈가 완결 되었고, 국내에서는 2권까지만 출간되고 중단 된데다 그마저도 절판된 상태다.
심령 요소가 들어간 추리는 어떤 것일지 상상이 가질 않았는데, 이 작품에 나온 사건과 해결방식을 보며 이런 식으로 새로운 추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탄했다. 추리하면 당연히 존재하는 피해자와 범인이라는 구도는 이 소설에도 있다. 단지 있는 그대로 현실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비유로 사용돼 작가만의 새로운 방식을 대입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심령 요소 안에서 나름 논리적인 추리가 가능한 동시에 섬뜩함을 나타낼 수 있다. 보통은 추리로 밝혀낸 진실이 놀라움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진실이 곧 공포인 것이다.
여담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의뢰인이 앞서 나온 단편 중 하나에 나왔던 등장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 언급되는 정보를 그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