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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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열정적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꿈이 많고 무엇을 하든 두렵지 않은 희망찼던 시기.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삶의 한 귀퉁이로 치워지고 만다. 대부분 가정이 생기고 먹고 살기 바빠지면서 그렇게 된다. 특히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 일하기 바쁜 주부들이 그럴 것이다. 누구는 이러고 살고 싶어서 사나, 나도 왕년에는 꿈이 있었다, 이렇게 말해도 정작 주변에서 들어주는 이가 거의 없다. 그저 집에서 밥이나 하라고 하지. 나이는 먹어가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 속에서 어찌하겠는가. 한 번 뿐인 인생, 지금이 기회라고 여겨진다면 패기 있게 도전해봐야 하지 않은가?


서울의 광선주공아파트에서 어느 순간부터 통칭 쥐방울이라 불리는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한다. 현상금이 걸렸는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자 왕년의 탐정 지망생 미리는 동네 슈퍼에서 모여 소일거리하던 주부들과 함께 탐정단을 결성한다. 조금 서툴고 실수를 하는 탓에 주변에서 핀잔을 듣지만 주부 탐정단의 조사는 계속된다. 그러던 중, 쥐방울의 범행이 점점 대범해지고, 아파트 쓰레기통에서 잘린 손목까지 발견되면서 일이 커지는데...


 주부들이 탐정단을 만들어 수사한다는 점과 초반에 나타난 범죄의 수위를 보면 살짝 가볍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이를테면 일상 미스터리 정도? 그러나 중반부부터 사건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제법 섬뜩한 스릴러 분위기까지 올라간다. 이 부분 한해서는 공포소설 전문 작가다운 면이 돋보인다. 이런 부분만 보면 또 무서운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어디까지나 이 소설은 추리물이자 열정이 많은 주부들을 메인으로 그려내고 있으니까.


 사건 구조와 추리 과정을 보면 나름 심플한 구성이라 금방 예측이 가능할 법도 하다. 딱히 복잡한 트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앞서 말한 탐정소설 구성 속에서 두드러지는 스릴러 경향. 그리고 평범한 주부에서 전문 탐정으로 발전하는 과정. 즉 평범한 사람이 멋진 주인공이 되는 모습. 처음부터 재능 있고 막 띄워주고 그랬으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 많다. 미혼모를 포함한 다양한 주부들이 겪는 현실. 한 아이의 엄마라서 참고 살았던 것들. 삶의 공허감 속에서 찾아가는 오래된 열정. 가벼우면서도 현실적인 무게가 있는 진지함. 딱 이런 느낌으로 정리된다.


 나름 작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을 하는데 반드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무엇이 발생하려면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막연하지 않고 구체적이고 자세한 목표. 그렇기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하면 진정성을 의심받고는 한다. 무작정 떠들기만 하고 그저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 아니냐고. 그런데 세상에는 즉흥적으로 벌이는 일이 셀 수도 없이 많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든. 좋은 짓이든, 나쁜 짓이든. 거창한 의도, 야망 같은 게 있어야 그럴싸한 것도 그저 무료한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상의 무게와 범죄 스릴러를 함께 담은 주부 탐정단, 살롱 드 홈즈. 이대로 끝내기 아쉬운 감이 많아 속편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시리즈물로서 캐릭터성도 충분하고 아직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캐릭터도 남아 있으니 딱이다. 번창하길 기원하며 다음 사건으로 돌아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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