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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잘 모르던, 또는 잘 정리가 되어 있지 않던 자료가 정리되어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찾아볼게 있을 때마다 바로 꺼내서 보기 좋기 때문이다. 종합 사전이 대체로 그런 용도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사전의 쓰임새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유용함은 여전하다. 그것도 인터넷에서도 한참을 찾아봐야 하거나 어디서 찾아봐야할지 모르는 특정 주제를 다룬 경우라면.
국산 요괴 관련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지만 책으로 정리되어 나온 건 없었다. 그러다 요근래 들어서 나오기 시작한 몇몇이 보였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옛날 서적 느낌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은 정말 잘 나왔다고 할만 하다. 하지만 사전으로 나온 이상 내용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할 필요는 있다. 정확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국산 요괴 정보는 문헌과 구전의 차이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해석의 차이도 종종 있는 편이다. 대중적인 이미지와 민속적 해석에서 나타난 이미지의 차이, 여기서 더 나아가 다소 학문적으로도 접근할 수도 있지만 콘텐츠 자료 정도의 성격인 책에서 그렇게까지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의미없고 다양성과 비슷비슷한 것을 얼마나 비교하고 대조했는지 정도만 잘 보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금방 찾아보기 쉬운 것들이 많이 보이는 편이긴 하나, 사전이라고 반드시 모르는 것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전 안에 내가 알던 것이 있을 수도, 내가 모르던 것이 사전 안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구성 자체는 썩 나쁜 편은 아니다.
콩콩콩 귀신, 자유로 귀신, 장산범, 홍콩할매 귀신처럼 현대에 널리 퍼진 괴담 속에 나오는 것들이 포함된 부분은 꽤 괜찮다는 생각이다. 사실 요괴라는 건 옛기록에만 한정하라는 법은 없다. 서양 포털사이트에서 창작된 것이 기원인 슬랜더맨 같은 경우도 있고, 일본 같은 경우도 현대 괴담 속에 존재하는 괴이들을 요괴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백두산 괴물과 한강 괴물의 경우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문헌이 실려 있어 꽤 흥미롭게 봤다. 팔척귀 부분은 이름봐서는 일본의 팔척귀신을 끼워 넣었다는 오류로 보일 법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순전히 이름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보면 되겠다.
살짝 단정적인 조로 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싶기도 하다. 특히 강철이에 대한 부분에서 그렇다. 하나의 개체가 여러 문헌에서 다르게 묘사되면 대중적인 이미지는 이렇지만, 다른 곳에서는 외형 묘사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된다. 색다른 해석으로 했어도 그럴싸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니면 여러 형상을 놓고 비교하듯이 서술해도 좋았고. 그런데 문헌에서 가장 많이 공통되게 묘사된 모습만을 가지고 확신을 갖는 건 좀 서툰감이 적지 않다.
요괴로 분류하기 애매한 것들이 있는 것도 그렇다. 부처님의 사리, 자명고, 만파식적 등은 마도서나 서유기의 파초선,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이 전설의 도구로 분류될만 하다. 물체에 붙은 요괴나 물체의 외형을 한 요괴라면 모를까 전혀 성격이 다른 부류를 굳이 요괴도감이라는 이름으로 묶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빙의는 특정 개체가 아닌 오컬트 현상, 즉 눈에 보이는 어떤 형태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염매의 경우도 누군가를 저주하는 주술의 형태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다른 귀신의 명칭이라면 모를까 이것 자체를 요괴로 치면 분신사바 같은 강령술이나 단순한 저주인형도 요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저런걸 크게 따지는 편이 아니라면 여러면에서 유용한 건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창작소재로서는 나쁜 게 거의 없긴 하다. 다만 전문적으로 보는 경우라면 좀 말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문헌 발췌 형식으로 써 있고, 구체적인 설명 부분도 문헌을 풀어 써놓거나 간략해서 딱히 얻어가는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성격으로 자료를 찾느냐에 따라 평가가 상반될 가능성이 있으니 구매하기 이전에 이 부분은 참고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