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장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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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요소가 나오거나 현실적이지 않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개연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나오는 걸 말한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나오면 대체로 호불호가 갈린다. 이런 요소가 굳이 들어가야 되냐는 것부터,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다, 설정이 과하다는 평까지. 특히 추리 쪽이라면 나름 현실성을 갖추어야 하기에 더욱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저 같은 경우야 진짜 어이없는 종류만 아니면 왠만한 건 그냥 보는 스타일이고.

 이 소설은 일본에서 여러 미스터리 관련 문학상을 휩쓴 대작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논쟁이 있을만한 문제작이긴 하다. 일본에서나 국내에서나 호불호에 대한 부분은 상당하다. 약간이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좀 심하게 갈리다 보니 나 같은 스타일에게도 좀 고민이 되긴 하다.

 신코 대학교에 다니며 탐정활동을 하는 아케치와 하무라. 여름방학 기간 동안 특별한 사건을 맡고 싶어하던 중, 영화부에 합숙을 겨냥한 협박메세지가 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건의 기운을 느낀 아케치는 영화부 합숙에 어떻게든 끼어들려 노력한다. 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해 아쉬하던 차에 라이벌 격인 여탐정 겐자키의 도움으로 참가에 성공한다. 합숙장소인 자담장에서 사건을 기다리던 아케치와 하무라는 갑자기 일어난 엄청난 재앙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고 만다. 그리고 이와중에 기괴한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고 마는데..

 생각보다 가벼운 분위기에 서술방식도 대체로 가벼워서 읽어나가기 쉬운 편이다. 주요 인물과 설정이 만화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삽화 없는 라이트노벨처럼 보일 정도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운 감이 없잖이 있었지만 이런 종류를 많이 접하지 않은 탓인지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나치게 가벼운 건 선호하지 않지만. 또한 작중에 나타나는 주요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있는 듯한 인물이나, 만화에 나올 법한 미소녀나 추리광 같은 설정이 좀 과해서 거슬리긴 했다.

 초반의 가벼운 분위기가 무색하게 중반부부터 일어나는 상상도 못할 재앙에 살인사건까지 진행되면 나름 진지해져서 분위기를 잘 잡았다고 본다. 독특한 클로즈드 서클 시도 치고는 꽤 스케일이 있어 좀 놀라기도 했고. 다만, 클로즈드 서클에서는 누가 어떤 이유로 죽을지 몰라 서로 의심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누가 죽을지 미리 알 수 있어 긴장감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긴장감의 부재를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채운듯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재앙에 대한 설정을 여기서 끝내냐 더 보충할 후속작이 나오냐의 문제다. 작중에서는 정확한 윤곽 없이 부분부분 흔적만 나와 있다. 결말에 가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고. 이걸 조금 더 설명할 필요성을 작가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뒷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냥 클로즈드 서클을 만들기 위한 요소 밖에 되지 않게 된다. 즉, 작위적인 요소 그 이상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추리적인 부분은 나름 특수한 상황을 이용한 기발한 트릭이 나오긴 했다. 어떻게 보면 트릭이라 보기도 뭐한 잔재주에 불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내 나름대로는 나쁘지 않게 본 편이다. 특수한 상황을 이용한 트릭이라는 점에 끌린 것도 있고. 하지만 추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좀 개연성 없어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고작 이런 것때문에, 라는 생각이 들정도인데다 그 인물의 캐릭터성까지 붕괴될 할 정도라 그냥 더욱 확실한 증거를 만들기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다.

 직접 읽어보고 논란이 되는 이유를 나름 짚어보며 내린 결론은 일단 별 생각없이 읽기 좋은 한편의 오락물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나름 짚어낸 단점부분을 보고 진짜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많을 테니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겠다. 내가 괜찮게 읽었다고 다른 분들도 똑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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