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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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은 예로부터 엄청난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지방의 산이나 바다에는 전설이나 괴담이 존재한다. 특히 육지에 많이 솟아있는 산은 그 크기만큼이나 압도적인 존재감과 산 속에서만 느껴지는 시간감각과 공간감 때문인지 여러문화권에서 전설과 민담이 얽힌 괴이한 곳이 되고는 한다. 현대에 와서도 그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산짐승의 공격이 있을 수도, 길을 잃을 수도, 또 시간감각 차이 때문에 내려올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점까지.

 까마득하고 어두컴컴한 산중은 흡사 이계라 봐도 무방하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방황하다보면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과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다. 그 존재의 눈에 산 속을 해매는 이방인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비웃음이 나올정도로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원히 산 속에 파묻어 버릴 희생양 정도로 봤을지도. 이런 상상만으로도 산 속의 괴이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일지 어느 정도 실감이 날 것이다.

 하도에 있는 삼산에서 전통 참배식을 하던 중 겪은 괴이체험과 이중 밀실에서 발생한 증발 사건이 담긴 원고를 받은 도조 겐야. 작년 히메쿠비 산에 가던 중 계획을 바꿔 방문한 구마도 인근이라는 걸 알고 다시 방문하게 된다. 산림지주인 가지토리 가의 당주에게 다시 도움을 청한 도조 겐야는 흉산이라 불리는 부름산에 대한 전설을 예의주시하면서 밀실 증발 사건이 발생한 가옥을 찾아간다. 그런데 가옥은 원고에 나타난 것과 똑같이 밀실 상태였고 안에서는 머리가 불탄 시체가 발견된다...

 노랫말을 연상시키는 연쇄살인이 나와서 얼핏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생각나게 한다. 차이점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경우 노랫말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는 기괴한 분위기만 살렸다면, <산마처럼 비웃는 것>은 이 노랫말과 똑같은 살인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더해진다. 왜 굳이 여기에 집착해야 할까, 왜 이해할 수 없는 번거로운 짓을 했을까. 어떤 행동이 일어나기까지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 당위성에 대한 부분도 여러모로 무섭게 보인다. 물론 이 노래형식의 연쇄살인이 은근히 많이 쓰였다는 걸 생각하면 신선함이 약간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산에서 시작해서 산으로 끝나는 형태다. 잘린머리에서는 괴이한 존재가 돌아다니는 인상이라면, 산마는 산이 현실세계를 집어삼키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구마도 촌락과 흉산인 부름산의 분위기가 완전 다른 세상인듯한 분위기다. 살인사건 역시 현실과 괴이가 섞인듯한 인상이다. 그럴싸한 동기나 용의자가 있어도 정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점만 늘어나 현실이 허상이고, 허상이 곧 현실이 되기까지 한다. 클로즈드 서클로 고립된 장소도 아닌 그냥 산중에 둘러싸인 마을에 지나지 않기에 사람 아닌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잘린머리에서는 간접적으로 밖에 나오지 않던 도조 겐야가 제대로 활약하기 때문에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본격 미스터리인데도 탐정보다는 괴이 탐구가로 불리길 원하면서도, 괴이한 현상을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과 현실에서의 이미지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재미있게도 탐정이라는 논리적인 분야와 괴이라는 비논리적인 분야는 보다시피 상극이다. 이 상극인 두 분야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게 바로 도조 겐야의 추리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현실의 사건 범인도, 현실적인 논점으로도 해석이 불가능한 괴이도 전부 밝혀낸다.

 결말을 보면 살짝 앞에서 작가가 반칙을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인물인 것도 둘째 치고, 앞에서 제시한 공정성에도 위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글자 몇 자 차이로 해석이 달라지기도 해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는 있다. 서술트릭이란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을 노리니까. 또 살짝 아쉬운 게 있다면 구마도 지역 지도가 없다는 점이다. 잘린머리 때는 히메카미 촌의 지도가 같이 있어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기에 더 아쉽게 느껴졌다. 굳이 지도를 넣지 않아도 이해하기 쉬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산간 지형을 나타내기 까다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나온 괴이인 산마도 꽤 무서웠다. 산마 전설부터 산마의 비웃음과 함께 실종된 사건까지. 정녕 산에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산마가 사람을 잡아가는 세계가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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