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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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많이 생각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이겨내고, 무슨 일이 생기든 해결해주었다. 언제 어디든 함께 다니다 보니 나와 상당히 가까웠다고 느낀다.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좋기만 했지만 지금와서 보면 혼자서 견디기 벅차다는 게 확연히 보인다. 그럼에도 엄마는 강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밤의 동물원은 총기난사범이 돌아다니는 동물원에서 엄마 조앤과 아들 링컨이 생존하는 내용이다. 상당히 충격적이고 긴장감 넘칠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라 상당히 기대를 많이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다른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긴박한 배경설정에 비해 대체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스릴러영화에서 주연급 인물들이 적이랑 맞서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때, 주변에 숨어있는 지나가는 엑스트라의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히어로 역할의 인물이 나타나 구출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엄마는 구조될 역할이 아닌 아이를 지키는 역할이다. 모든 것을 해결하는 히어로처럼 되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를 지키는 헌신은 그 어떤 슈퍼파워보다도 강력할 것이다.

 대체로 움직임이 없는 장면이 상당히 많고,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섬세하고 자세히 나타나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또한 위급한 상황임에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의 행동 역시 엄마라면 이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스릴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체로 한 장소에 머무는 장면이 상당히 오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면전환이 거의 없이 심리적 서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속도감 있는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꽤 적은 분량이다. 소설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혹시나 속도감 있는 스릴러로 생각하고 읽을 생각이라면 이 부분을 확실히 봐두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낭패라고 여기게 될지도 모르니까.

 엄마는 아이 앞에서 수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현재 상태에서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앞으로 다가올 먼 미래, 아니면 다시는 없을 지나간 과거. 하나를 하며 다음을 생각하는 모습. 이런 묘사를 보며 많은 게 느껴졌다. 엄마가 얼마나 바빴을지, 그리고 지금와서는 어떤 생각을 할지. 나를 보며 지나간 나날을 바로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있을지.

 평소에도 같이 잘 지내는 엄마지만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더 잘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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