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리커버 특별판)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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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인물의 생애는 역사이자, 장대한 서사시가 된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주변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의 목격자이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인간상이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열정과 감동으로 생생히 나타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인물의 행적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꽤 많다. 과거에는 한 번 연락이 끊기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고, 어린 시절의 경우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다, 기록을 남겨도 유실되는 일이 종종 있어 결국에는 다른 목격자의 증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당사자 본인이 직접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남긴 행적 만큼 귀한 것은 없다. 독립운동가 김산과 작가 님 웨일스의 만남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어떤 인물의 전기, 자서전 부류의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사상이나 주장이 더 돋보이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학습책 부류의 위인전에 꼭 들어가는 비범한 일화나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드라마적인 구조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것들과 달리 아리랑에 나타난 김산의 생애와 행적은 있는 그대로다. 특별한 면은 하나도 없고, 사상이나 주장하는 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바뀌고, 하루하루가 성공이 없는 시련 뿐이다.

 김산의 행적과 함께 묘사되는 주변인물과 역사의 흐름은 사진보다도 더 생생하다. 사진으로만 나타난 역사 속 유명 인물들이 실제로는 어떤 인상인지, 평소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볼 수 있다. 위인전이나 업적 위주로 나타난 책에서만 보던 인상과 다른점이 많아 그 어떤 위대한 인물이라도 똑같은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역사의 현장은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보통은 이런 일이 있었고 어느, 어떤 세력, 인물의 행적이 나오고, 결국에는 이렇게 됐다, 정도 밖에 기록이 안 되어 있는 걸 많이 봤다. 더 자세한 기록을 있어야 몰입하면서 보고 느낄 수 있는데 김산의 기록이 딱 그랬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역사의 현장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난의 여정이 말 그대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한계에 직면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날 수 있다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냥 몸이 망가질 정도로 힘든 여정을 겪었다고 썼으면 이런 걸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물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타난 부분도 꽤 의미있어 보였다. 있는 그대로의 행적을 나타낸 만큼 김산이라는 인물의 생각이나 사상이 특정 사건 전후로 변화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점차 확고한 주장이 생기고 하고자 하는 걸 어떻게 해야할지 구상할 정도로 발전한다. 그 동안 위대한 인물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하다는 인상이 있던 터라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해서 성공하고, 다른 사람은 평범해서 이 정도까지 밖에 못한다는 건 없었다. 김산처럼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에 맞춰 생각과 행동노선을 수정는 과정 속에서 위대한 인물상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꽤 어린 나이부터 한창 젊을 나이 때까지 김산의 행적은 그야말로 열정 그 자체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순간이 더 많았어도 그는 한층 더 발전해서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갔다. 지금 시대도 힘든 점이 많은데, 김산 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도전해 본 적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잠깐 해보고 힘들다고 하는 건 아닌지. 실패를 끝으로 방치하고 있는 건 없는지. 열정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이 책을 다시 볼지도 모르겠다. 아마 여러 번 다시 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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