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옥성아.채한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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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모두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다.

어찌 보면 우리가 가볍게 올리는 인스타 스토리 하나도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고

이 책이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책장을 펼쳤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마케팅 방법을 다룬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몇 장 읽다 보니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옥피디와 채과장의 <고막메이트> 기획 과정을 담은 에세이’ 정도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

 

<고막메이트>는 2019년 10월에 처음 시작해서 유튜브에서 오래 인기를 끌었던 웹예능이다.

나도 재밌게 봤던 프로그램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기대하고 구매했는데 <고막메이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런 부분은 띠지에서라도 표시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고막메이트>는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시청하기만 했었는데,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과정을 따라가 보는 시각은 새로웠다.

생각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시청자를 고려하며 기획된 부분이구나 싶어서 감동이기도 했고,

앞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이런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바로 팔리는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꿀팁을 찾으시는 분들보다는

좋은 콘텐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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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예식장 - SINCE 1967
한승일 지음, 백낙삼.최필순 주인 / 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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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삼 어르신이 인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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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령사 오백나한의 미소 앞에서 - 김치호 한국미술 에세이
김치호 지음 / 한길아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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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한국 고미술품 덕후의 영업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고미술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김치호 작가는 미술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이 책에서는 크게 ‘미술시장과 컬렉션’, 그리고 ‘고미술품 관람’ 두 가지를 영업한다. 미술관 팜플렛 같은 고요한 표지와는 달리 첫 장부터 냉혹한 미술시장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와서 당황했지만 ‘미술 시장’이라는 생소한 세계의 생태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미술품은 다른 투자재와는 달리 투자의 가치가 있음과 동시에 감상하고 즐길 수도 있다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세계도 한 번 발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지독한 매력이 있는 세계인 것 같다. 작가가 경제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경제학적으로 미술시장을 분석한 것도 보통의 미술책들과 달리 신선하게 다가왔다.

 후반부로 가면 우리나라 미술의 역사와 함께 도자, 불상, 불화, 조각보, 반닫이, 소반 등 다양한 미술품에 대한 정보와 감상이 쏟아진다. 글에서 느껴지는 열성은 ‘이 사람 찐이군..’이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며 읽는 사람까지 고미술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어린 시절 다들 소풍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은 지겹게 가보았겠지만 미술품에 대한 뻔한 설명만 듣다 보면 이 흙덩이가 대체 왜 대단하고 아름답다는 건지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찐 덕후의 설명을 읽다 보니 이 도자기가 왜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느껴짐은 물론 옛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것을 만들었을지까지 헤아려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영업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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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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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녀는 자라 어른이 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정신보다는 먼저 몸이 어른이 된다. 아직 속에는 여린 아이가 들어 있지만 세상은 더 이상 소녀를 아이로 대하지 않고 여자로 대한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의 주인공인 조반나 또한 그런 과정을 겪는다. 나폴리 지식인층의 부모 아래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외동딸 조반나는 13살 어느 날 우연히 자기 아버지에게 충격적인 한 마디의 말을 들은 후 평화로워 보이는 세상 뒤의 역겨움을 보기 시작한다. 가슴이 커지기 시작하며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웃집 아저씨는 은근히 몸을 훑고, 학교의 남자아이들은 추파를 던진다. 자상하게만 보였던 아버지는 사실 비겁한 인간이었으며 남자와의 관계는 전해 듣던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조반나는 ‘위대한 남성 사상가들이 쉬는 동안 가지고 노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애완동물보다는 더 나은 존재이고 싶었’(p.447)으나 강인하고 현명하게만 보였던 주변 여성들이 사랑에 목을 매고 말라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이는 자라 ‘여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의 유년시절은 끝났다.’(p.168)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제목이 말해주듯 조반나가 바라보는 어른들의 삶이란 위선에 가득 차 있다. 소설을 읽으며 처음에는 위선적 세계를 거부하며 차라리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겁내지 않고 어른의 세계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조반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에서 한 첫 번째 행동은 싫은 것을 참아내는 일이었다. 그 순간 그 무엇도 자신이 어른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쳐가는 장면이었지만 싫은 것을 참지 않아도 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의 특권이라는 점에서 조반나가 어른이 되었다는 걸 가장 잘 보여준 것 같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조반나는 꽤나 큰 굴욕감을 느낀다. 그 감정이 공감돼서 싫었다.

이 소설에서는 ‘이성 간의 사랑’과 ‘동성 간의 사랑’이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전자는 주로  육체적인 관계와 폭력성, 불안 등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후자는 우정과 좀 더 정서적인 교감의 모습을 띤다. 이는 마치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의 간극을 보여주는듯하다.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조반나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어른이 되기로’ 결심하며 앞으로의 성장을 암시한다. 엘레나 피란테가 또 다른 시리즈의 문을 연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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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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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좋아서’가 아니라 ‘재밌어서’ 끝까지 붙들고 읽은 책이다. 뭐가 다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다르다. 표지를 봐서는 가벼운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장강명 작가의 꽤나 묵직한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생겼던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들어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해서, ‘한국의 문학시장과 그 방향성’에 대해서, 그리고 나아가 ‘존재와 자아’에 대해서까지 논한다. 평소 남들이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 것까지 고민하는 ‘투머치띵커’인 나로서는 공감되는 생각도 많았고 정말 즐겁게 읽었다.

 독서 팟캐스트를 몇 번 들어본 사람이라면 요조와 장강명이 함께 진행했던 ‘책, 이게 뭐라고’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두 진행자와 저자가 펼치는 만담이 재밌어서 나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진행하는’이 아니라 ‘진행했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시즌2를 마지막으로 장강명 작가는 ‘책, 이게 뭐라고’를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책, 이제 뭐라고’는 시즌3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튜브 컨텐츠 중심으로 그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장강명은 끊임없이 ‘말하는 자신’과 ‘쓰는 자신’ 사이에서 갈등한다. 점점 읽고 쓰는 사람은 줄어들고 세상은 쓰는 장강명보다 말하는 장강명을 요구한다. 훨씬 더 돈벌이가 되는 것도 그쪽이다. 나또한 새로운 사람과 만나 말하고 듣는 것보다는 읽고 쓰는 쪽이 훨씬 편안하기에 장강명 작가의 이런 고민에 깊이 공감했다. 세상은 자꾸 유튜브를 하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뒤쳐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장강명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호흡’에 비유하며 ‘깨달음을 얻은 어류가 되기보다 서툴게 걸으며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양서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해도 자극적이고 다이나믹한 영상매체보다 길고 복잡한 언어로 이루어진 글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독서 팟캐스트인 ‘책, 이게 뭐라고’가 유튜브 위주로 형식을 개편한다는 글을 읽었을 때는 정말로 씁쓸했다. 공존이라는 말이 어색한 시대이지만, 그래도 공존할 수는 없는 걸까? 혹시 이런 변화에 씁쓸함을 느끼는 나는 시대에 뒤떨어져 도태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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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세계에 속한 사람으로서 나는 다소 고립된 기분을 맛보기도 한다. 나는 둘 중에 고르라면 어떤 사람을 그가 쓰는 글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도 그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는다.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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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드보일드한 세계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용서라든가 사랑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를 똑바로 보겠다는, 어둠을 직면하겠다는 의지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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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묻고 따지는 것은 나의 고약한 버릇이고, 읽고 쓰는 세계 거주자들의 운명인 것 같다. 그것은 힘이고 은총이며 고통이자 저주다. 나는 이게 어느 정도 죽음이나 소멸과 관련이 있는 문제가 아닐까 추측한다. 중력을 버티기 위해 골조를 세우는 것처럼 시간을 버티고 싶어 의미를 구하는 것 아닐까.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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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듣는 세계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자신이라는 한 인간, 한 인격을 판매해야 하는 것 같다. 강연, 방송, 영업, 상담, 정치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기술자나 연구자와는 다른 삶을 산다. (…) 간혹 강연이나 방송 출연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땀을 흘린 대가가 아니라 나를 판 대가로 돈을 번 게 아닐까 의심에 빠진다.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잃는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더 그렇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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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우리 시대의 문학과 예술이 논평가의 업무라도 제대로 해내는지 의문이다. 눈물 흘리거나 비명 지르는 걸 논평이라고 부른다면 모를까. 지금 문학이 과학기술에 대해서만 무력한 것도 아니다. 가령 선물 시장이나 투자은행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문인이 몇 명이나 될까? 금융시장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현대자본주의의 탐욕을 지적할 때 그 목소리에 과연 얼마나 힘이 실릴까?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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