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따라간 푸트만스 씨
헨드릭 흐룬 지음, 최진영 옮김 / 드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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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규칙적인 삶을 살아온 푸트만스 씨는 어느 날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오로라를 보러 떠나는 여행에 참여하게 된다. 공황장애가 나타나지 않도록 늘 조심하며 살아온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한다. 어릴 적 얼굴의 붉은 점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으려 하고, 힘들어질 때면 헤드셋을 써 대화를 차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난 12일간의 단체 버스 여행은 그런 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숫자를 사랑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해하는 그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는 여행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사람들에게 ‘헤르트’라고 불러 달라고 부탁하며 조금씩 자신을 다시 정의해 간다.

여행 동안 이어지는 그의 하루하루는 웃음과 슬픔이 뒤섞여 있다. 모든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 어긋나며 삐걱댄다. 그럴 때마다 헤르트는 공황이 밀려오지 않도록 애써 버티고 견딘다. 그 모습이 과장되지 않게, 그러나 충분히 마음에 와 닿게 그려져 있어 읽는 내내 그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된다.

어쩌면 그가 겪는 일들은 우리도 일상에서 종종 마주하는 장면들일지 모른다. 원하지 않았지만 떠밀리듯 놓이게 되는 상황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켜야 하는 순간들. 그래서인지 헤르트의 고군분투가 더욱 안쓰럽고 마음이 쓰였다. 동시에 자신의 불편함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가와 깊은 슬픔을 남긴다. 책을 덮은 뒤에도 쉽게 믿기지 않아 마지막 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마치 내가 무언가를 잘못 읽은 것은 아닐까 확인하듯이 말이다.

‘오로라’라는 단어에 끌려 펼쳐 든 책이었지만,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문장은 어렵지 않아 편안하게 읽히고, 이야기 역시 복잡하지 않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오래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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