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온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생각보다 호흡이 긴 작품이라 평소보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내용이라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야기는 온실을 수리하며 작성하는 ‘수리 보고서’ 업무를 맡게 된 영두의 시선을 따라 흐른다.어릴 적 석모도에서 살던 영두는 교육 문제로 창경궁 옆 동네로 혼자 하숙하러 오게 되고, 그곳에서 한 할머니와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그 인연은 창경궁 온실과 연결되며 예상보다 길고 복잡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할머니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과거의 이야기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특히 광복 이후 서울에 남아 살아가던 일본인들의 존재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나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여전히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막연히 짐작했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으로 떠밀려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낯설고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살아남기 위해 한국인의 양자로 입양되어야 했던 일본인의 삶 역시 결코 녹록지 않았다.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노인이었기에, 자신처럼 외롭게 버텨가던 어린 영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영두를 도와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뒤늦게라도 영두가 할머니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영두의 모습에 할머니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영두가 아픔을 견디다 모든 것을 놓았을 때, 할머니의 마음 역시 많이 아팠을 것 같다.책을 읽는 동안 영두와 할머니가 각자의 삶을 얼마나 고단하게 버텨왔을지 계속 떠올랐다. 그럼에도 끝내 삶을 놓지 않고 버텨온 두 사람의 시간이 고맙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렇게 묵묵히 견뎌온 마음들이 서로를 향해 모였기에, 결국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한국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뿐 아니라 그 뒤편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의 삶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