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기묘한 오후
이언 매큐언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서애경 옮김 / 우리학교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몽상가 피터는 언제 어디서든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현실과 몽상의 경계가 흐려진 채 이야기에 스며드는 피터의 모습은, 상상 놀이를 좋아하는 나와 아이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겼다. 우리도 함께 이야기를 만들며 놀곤 하기에, 피터의 오후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피터의 몽상은 고양이와 인형, 이웃 할머니와 아기, 이해할 수 없는 어른까지 이어진다. 고양이가 되어 그 삶을 살아보고, 싫어하던 인형에게 혼쭐이 나기도 하며, 도무지 공감되지 않던 존재가 되어본다. 몽상 속에서 피터는 누구든 될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피터는 그들을 정말 이해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더 깊이 다가가기 위해 그들이 되는 상상을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피터는 몽상을 통해 한 단계씩 자라난다.

가끔 아이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면, 종이로 격투를 벌이거나 하늘을 날고, 새로운 발명을 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나는 그 상상이 사라질까 아쉬워 글이나 그림으로 남기라고 권한다. 하지만 아이는 늘 귀찮다며 웃어넘긴다. 이언 매큐언의 말처럼, 이런 몽상이 기록으로 남는다면 언젠가 커다란 보물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피터처럼 자유롭게 상상하던 시절이 있었는지 돌아보았지만,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기록하지 않았기에 모두 흘러가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터의 몽상은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아이를 잇는 다리가 된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이 기묘한 오후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조금 더 넓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