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성의 마법사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궁중 마법사 아나톨과 툴리아 공주, 견습 필경사 피토의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아나톨 일행이 무사히 물약을 완성하고, 또 살아남기를 응원하게 된다. 수백 년 전부터 살아온 마법사 아나톨의 이야기는 현대의 시점과 간간이 겹쳐지며, 그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왜 그는 살아 있는지,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증이 쌓이며 책에 몰입하게 된다.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낯설고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연금술로 모래를 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호랑이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다. 다쳤을 때의 응급처치조차 알지 못해 마법사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아나톨은 약초로 사람을 치료하고, 곰팡이 핀 빵으로 스프를 만들어 먹이는데, 푸른곰팡이에서 나온 페니실린을 떠올리게 해 흥미롭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용감한 툴리아 공주와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필경사 피토의 존재도 이야기의 매력을 더한다. 아나톨과 함께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특히 뛰어난 필경사로서의 피토의 재능이 부러웠다. 나에게도 그런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면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톨의 물약은 언제나 정해진 답을 내놓지 않는다. 촛불의 간격이 조금 달라지거나, 아주 소량의 재료 차이, 혹은 넣는 순서 하나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그 모습은 삶과 닮아 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일은 벌어지고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결과를 다시 고치며 계속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이 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