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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평점 :
나는 또바기처럼 내풀로 오롯이 내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또바기: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 / 내풀로: 나의 씩씩하고 활발한 기운으로 / 오롯이: 모자람 없이 온전하다)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일상의 장면마다 어울리는 순우리말을 소개하며, 작가의 사소한 순간들을 에세이처럼 담아낸다. 책 속 단어들을 소리 내어 발음하면 입에 착 감기며 기억에 남는다. 순우리말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안온하다’, ‘윤슬’, ‘곰살스럽다’처럼 이미 익숙한 말부터, 처음 접하는 새로운 단어까지 한 보따리를 얻은 듯한 기쁨을 주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순우리말을 곁에 두고 자주 꺼내어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비슷한 책들 사이에서도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상황과 감정에 꼭 맞는 단어들을 풍성하게 모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슬픔, 기쁨, 날씨, 일상 같은 맥락 속에서 단어를 접하니 훨씬 이해가 잘 되었고, 섬세한 울림이 오래 남았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가 생각보다 많은 순우리말을 이미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중 70%가 슬픔과 관련된 말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애처롭다’, ‘짠하다’, ‘아리다’ 같은 단어들이 모두 순우리말이라는 것도 새삼 놀라웠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꾸준히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잊히는 말들을 내 입속에서 자주 굴리며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렇게 한다면 작은 숨결을 불어 넣듯 순우리말이 오래도록 살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글, 우리말, 한글날 같은 단어를 접할 때면 가장 먼저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