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를 믿나요? 큰곰자리 중학년 3
여연 지음, 김지인 그림 / 책읽는곰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도깨비 이야기에 나도 홀려버렸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문제로 제주도 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된 진주 앞에, 선물처럼 도깨비가 나타난다. 도깨비는 진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우려고 애쓴다. 물론 자신의 정체는 숨긴 채로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언제나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제주도의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마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을 여행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에 책을 덮을 때는 진주가 앞으로 잘되길, 그리고 막내 도깨비 깨비가 의젓한 도깨비로 성장하길 바라게 된다.

비앙도에 사는 도깨비들과 외로운 소녀 진주의 이야기는,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순수한 우정의 이야기다. 물질하는 해녀들의 숨구멍 ‘테왁’처럼, 아이들에게도 마음껏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속마음을 다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아 혼자 앓는 아이들에게, 그런 ‘테왁’ 같은 존재는 꼭 필요하다. 부모가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지만, 그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도깨비 이야기를 이렇게 쉽고 편안하게 풀어낸 동화가 또 있을까. 도깨비의 기원과 그들을 모시는 풍습을 알게 되면서, 제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도깨비를 믿나요?”라는 순수한 질문에, 나는 믿는다고 답할 것이다. 간절히 바라며 보내는 마음이 닿는다면, 도깨비는 우리 곁에 머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여름날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동화를 만나 무척 행복했다.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