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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담 1 : 자라지 않는 소년 ㅣ 동화로 읽는 웹툰
김영리 글, 다홍 원작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평점 :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홀로 숲에 사는 아이, 담이.
담이는 숲을 만들고 생명을 자라게 하는 힘을 가진 아이이자, 14살의 몸에서 더 이상 자라지도 늙지도 않는 소년이다. 그런 담이가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다, 버림받은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숲속의 담 1』은 세계관 소개의 성격이 강해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에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손에서 놓지 않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계속 읽었을 정도였다. 아이도 나도 완전히 몰입해 함께 빠져들었다.
자신은 자라지도 늙지도 않는데, 가족은 나이를 먹고 죽어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지켜봐야 했던 담이는 결국 스스로 숲으로 들어간다. 먹지도 않아도 되고 며칠씩 잠을 자기도 하는 담이 곁에는 어떤 동물도 가까이 오지 않는다. 담이는 예전에 버려진 아기에게 손을 댔다가 그 아이가 며칠 만에 늙어 죽는 것을 겪은 뒤로, 인간에게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는다.
숲이 사라진 세상, 이해보다는 착취가 앞서는 각박한 사회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아이들이 담이와 만나게 된다. 어쩌면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가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른과 사회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은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고, 다투고, 화해하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간다. 그러는 사이 담이 역시 조금씩 변화한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담이는 스스로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익히고, 과거 친했던 코나의 흔적을 찾아 나서며 세상으로 조금씩 다가선다.
과연 담이는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2021년 네이버 SF어워드 만화/웹툰 부문 대상 수상작인 『숲속의 담』이 동화로 재탄생하며 더욱 흥미롭고 깊이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웹툰에서는 다 담기지 못했던 장면들이 글로 섬세하게 풀려 있어 이해가 쉬웠고, 감정의 결도 더 풍부하게 느껴졌다. 다음 권에서는 또 어떤 만남과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지, 계속해서 담이의 여정을 따라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