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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최후의 날 ㅣ 일공일삼 115
박상기 지음, 장선환 그림 / 비룡소 / 2025년 7월
평점 :
마지막 문장을 덮고 작가의 말을 끝까지 읽은 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이긴 자의 역사이며, 사라진 나라들의 이야기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예전에 역사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문득 머리 속을 멤돈다.
고조선이 세워진 뒤 부족국가, 삼국시대를 거쳐 신라가 통일하고 동쪽 위에 발해와 함께 있었던 시기, 이후 후삼국, 고려, 조선, 대한제국, 그리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수많은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겪으며 역사를 이어왔다. 우리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비교적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고구려의 마지막 왕과 그 최후의 순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 『고구려 최후의 날』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보장왕이라는 인물조차 낯설었는데, 그는 마지막 왕으로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결국 나라와 함께 운명을 다했다. 고구려인들은 기백 넘치고 용맹하며, 말을 잘 타고 사냥을 즐기던 민족이었지만, 당나라의 침입과 오랜 지배 속에서 억눌린 채 살아가는 모습은 무척 안타까웠다. 나라가 존재하지만 지배당하는 현실, 왕이 조롱받는 장면은 읽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책 속에는 고구려인의 기상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광개토대왕의 후손이구나’싶을 정도로 강인한 정신이 느껴졌고, 덕분에 책을 놓을 수 없이 한숨에 읽게 되었다. 전쟁과 배신, 진심을 숨긴 채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까지, 어느 한 부분도 쉽지 않아서 더 몰입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용맹함과 용기, 도전정신이 느껴졌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제 뭐 해야 해?“라고 묻고,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아이들에게 조금 더 주체적인 마음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구려와 발해의 후손인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그 기백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 깊이 와 닿은 부분은 ‘발해’라는 이름이 사실 당나라가 붙인 것이고, 발해인들은 스스로를 ‘고구려’라 칭하며 외교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끝까지 나라를 잇고자 했던 그들의 의지가 진하게 전해졌다. 이제라도 우리는 발해에 대해 더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