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가운데 두고 다섯 어른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알쓸별잡’을 책으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림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은 단체 서평단 같기도 하고, 언젠가 나도 저런 모임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서로 다른 분야의 시선으로 그림책을 바라보는 이야기는 때로는 선생님의 마음에, 때로는 작가의 마음에 이입하게 만들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그림책을 대하는 시선이 다양하고 진지한 점이 인상 깊었다. 어른이 그림책을 ‘제대로 된 책’으로 바라보는 태도 또한 무척 반가웠다. 누군가는 “뭐야, 그림책이야?”라며 아이들 책이라 무시하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림책이야말로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그림책 한 권은 작가의 작은 전시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다듬어진 글은 어른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나 역시 그림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여러 번 있다. 그건 그림책이 마음속 깊은 무언가를 건드리는 힘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책 속에서 주인공이 아빠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현대 사회에서 ‘아빠’의 위치에 대해 나누는 장면에서는 씁쓸함도 느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 책이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그림책 고유의 가치와 매력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