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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가든
한윤섭 지음, 김동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평점 :
“재미있는 이야기 몇 편 들려줄까?”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모여들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난리를 피운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강력해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또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숲속 가든》 역시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를 다채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연히 주워 친척집에 맡기게 된 병아리들의 이야기, 주제를 요청하면 만들어지는 이야기들, 치매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비단잉어까지. 익숙한 듯하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심코 지나쳤던 들풀이나 흔한 참새조차도 마치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 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 생명들과 나만이 공유하는 작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 집에서는 나무의 꼭대기가 보이는데, 가끔 새가 날아와 창밖에서 집안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런 새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눈이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들다가, 마치 새가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니?” 하고 묻는 것만 같다. 어쩌면 모든 이야기는 이렇게 작은 상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야기 동굴’처럼 누군가가 주제를 던져 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놀이를 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로가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의 이야기를 쌓아 나가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단순히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피어나며 이어진다. 작은 상상이 싹을 틔워 하나의 이야기로 자라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오는 과정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이야기를 듣고, 만들고, 나누는 이유가 아닐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껴보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