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개, 올빼미 머리 그리고 나 큰곰자리 고학년 2
M. T. 앤더슨 지음, 준이 우 그림, 송섬별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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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인간 소년 클레이와 올빼미 머리 에이모스, 그리고 요정 개 엘피노어의 우정을 응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펜데믹 시대, 모두가 집에 갇혀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 소년 클레이는 집 뒤 숲에서 특별한 친구, 요정 개 엘피노어를 만난다. 이 우연한 만남은 단조로운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

언제나 금은보화로 이루어진 밥그릇과 비단 쿠션에서 살던 엘피노어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음식을 주는 클레이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의 행동을 낯설게 여기며 선을 긋던 엘피노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클레이와의 관계에 익숙해지고, 이전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이들의 우정은 인간 세계와 숲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어지고, 그 과정에서 올빼미 머리를 가진 소년 에이모스를 만나 그들은 각기 다른 생김새와 문화를 뛰어넘어 진정한 유대를 형성한다. 그들에게는 외모나 태도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다.

클레이의 가족 이야기도 흥미롭다. 누나와 동생, 엄마, 아빠는 각자의 방식으로 펜데믹 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며, 서로를 원망하거나 하대하지 않는다. 물론 방황하는 십대 디로시는 예외일지 모르지만, 그런 점 또한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에이모스가 “저 개 하나에 모든 것을 걸 가치가 있냐”는 질문에, 클레이가 “너도 엘피노어를 봤잖아, 무슨 설명이 필요해?“라며 망설임 없이 행동에 나서는 장면이었다. 클레이의 용기와 열정은 단순한 소년의 모습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서 주저함 없이 뛰어드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요즘 아이들은 새로운 모험보다는 안정된 삶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나 역시 아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유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동화적 재미를 넘어, 우리 삶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낀 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이 책은 그러한 삶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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