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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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김초엽 작가님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전에 읽었던 지구 끝의 온실도 깊은 여운을 남겨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이 책 역시 다 읽은 지 몇 주가 지났음에도 또렷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 책은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이야기와 인공적인 파라다이스에 대하여, 스펙트럼은 외계인에 대한 상상을, 공생 가설은 외계 생명체가 어쩌면 우리 머릿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발상을 담고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여행의 한계를 탐구하고, 감정의 물성은 감정을 물질로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게 한다. 관내 분실은 추모 도서관을 배경으로,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는 먼 우주로 떠나는 우주인을 선발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읽는 내내 모든 이야기에 애정을 품게 되었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몰입했다. 특히,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책 속 한 구절이 깊이 와닿았다.

각 단편들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미혼모, 외모 차별, 우주인 선발에 대한 논의, 헤어짐의 불가피성,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그리고 여성으로서 성공의 무게 등 현재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져 더욱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들을 작가는 섬세하고 친숙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낸다. 김초엽 작가의 이 소설은 곁에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어질 만큼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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