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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찬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
김진형 지음, 나승현 그림 / 바우솔 / 2025년 9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입니다. 이 진실은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먹이를 챙기고 산책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사랑받고 있어”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김진형 작가의 『두부는 찬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는 반려견 두부와 길고양이 야옹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동화입니다. 반려동물의 마음을 옮겨놓은 듯한 문장들은 읽는 순간부터 가슴을 몽글하게 하고, 때로는 찡한 울림을 전합니다.
두부는 찬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외로움과 질투를 느끼고, 작은 오해로 상처받기도 합니다. 길고양이 야옹이는 “인간의 마음을 얻는 법은, 인간이 되어 이해해보는 거야”라며 두부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전하지요. 하지만 그 야옹이 또한 집안 형편 때문에 사료조차 얻지 못해, 결국 스스로 이별을 선택하게 됩니다.
특히 이 대목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야옹이는 자신의 아픔보다 주인의 힘듦을 먼저 헤아리고, 끝내 스스로 떠나기를 택합니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가 오히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물러나는 그 모습은, 사랑의 본질이 때로는 붙잡음이 아니라 내려놓음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물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저 역시 키우고 있는 반려묘 렉돌 두 마리가 떠올랐습니다. 독립적인 성격이지만, 제가 외출할 때면 문 앞까지 배웅해주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우고 돌아오면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예전에 강아지를 키웠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고양이를 음흉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눈치가 빠르고 주인의 마음을 예민하게 읽어내는 존재들이지요. 결국 반려동물이든 사람이든 조건 없는 사랑과 이해만이 서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이 책 속 두부와 야옹이의 이야기는 단순히 동물의 동화가 아닙니다. 두부가 찬이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야옹이가 스스로 길 위에서의 삶을 택하는 순간, 그리고 두부가 “나는 찬이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라고 고백하는 순간은, 모두 우리 삶과도 겹쳐집니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가 기대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주고 함께 웃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행복이 아닐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이 매일 특별한 순간이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큰 축복이자 기적임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두부는 찬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에게는 공감과 울림을,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도 사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선물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