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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같이 읽었던 장아이링의 ‘붉은 장미, 흰 장미’가 떠오르는 소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도 떠오른다. 스토너가 만약 더 잘 안 풀렸으면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 표상하는 의무와 매티가 상징하는 자유. 이선이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의무를 완전히 놓지 못한다는 점은 지나의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지나가 이웃마을에 가면서 이선은 잠깐의 자유를 즐기지만 지나가 돌아오자 이내 매티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선은 자유를 갈망하며 파국에 가까운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은 실패로 끝난다. 사고 직전 이선이 지나의 얼굴을 떠올린 것은 결국 버리지 못한 의무였을까?
생명력 넘치고 자유롭던 매티는 사고 이후 지나처럼 변해 버리고, 오히려 지나가 매티를 보살피는 모습은 강한 인상을 준다. 너무나도 연약한 자유와 개인을 속박하는 의무의 대비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지나가 죽는 것이 이선에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헤일 부인의 말은 자유가 또 하나의 짐스러운 의무로 변해버린 이선의 비극적인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의 액자식 구성은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했는데, 결말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파격적이다. 한편으로는 새라 온 주잇의 ‘뾰족한 전나무의 땅’과 대비되기도 한다. 두 작품 모두 뉴잉글랜드라는 공간적 배경을 다루지만, 전자는 공동체의 온기를, 이 작품은 철저한 고립과 절망을 보여준다.
" … 그 모습을 볼 때면 누구보다 가장 괴로운 사람은 이선 씨가 아닌가 생각하지요. …" - P162
"… 만약 매티가 죽었더라면 이선 씨는 살았을 거라고요. 지금 모습을 봐서는 농장에 사는 프롬네 사람들이나 무덤 아래 있는 프롬네 사람들이나 이렇다 할 차이를 모르겠어요. …"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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