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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5.봄호 - 85호
옴니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3월
평점 :
'계간미스터리' 2025년 봄호는 주로 추리소설만을 보는 내게 더 넓은 장르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머더 미스터리’와 같은 체험형 콘텐츠, 로맨스릴러 웹툰 리뷰, 미스터리 영화를 다룬 칼럼 등은 추리 장르가 문학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이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에서의 ‘머더 미스터리’ 시장 규모는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과 달리 중국 추리소설은 아직 접해본 적이 없는데, 중국 내 머더 미스터리 콘텐츠의 인기를 알고 나니 문득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소년만화에 대한 연재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소년만화를 본 적도 없고, 단순한 오락물이라고 여겼던 내 선입견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동체와 개인이라는 심오한 주제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는 과정은 장르문학이 단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 연재를 읽으며 장르문학의 존재의의는 무엇인지, 독자로서의 나는 어떤 자세로 콘텐츠를 향유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소설 작품들도 하나하나 인상 깊었다. 신인상 수상작 '블라디보스토크의 밤'은 속초라는 익숙한 장소가 지닌 로컬리티와 러시아라는 이국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진 개성적인 작품이었다. 본격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 흐르는 분위기가 끝까지 힘있게 유지되는 점도 좋았다. 마지막에 폭발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의 서사에도 공감되어 결말은 자못 찡하기까지 했다.
'완전범죄의 대가'는 서술트릭이 신선했고, 마지막 반전이 통쾌했다. 반면 '열대야'는 소설이 도입부에서 예상치 못한 결말의 비극이 인상적이었다.
초단편 소설들 역시 짧지만 매섭거나, 통통 튀는 반전으로 장르의 매력을 응축해 보여주었고, 표창원 작가님의 인터뷰는 작년 북토크의 기억을 되살리며 인터뷰 속 문장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2025년 해외 출간 예정작 소개에서는 반가운 이름들이 여럿 보였다. 특히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렜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기다리는 작가의 신작만큼 든든한 동행은 없으니까.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어느덧 완연한 여름이 되면 계간미스터리 여름호가 선물처럼 도착할 것이다. 새롭게 펼쳐질 여름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봄호를 보고 또 보며 넓어진 내 장르문학의 세계를 좀 더 탐험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