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엑스터시
이희준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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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터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역사적 현실에 환상적인 판타지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운동이나 좌익과 우익간의 갈등, 생체실험, 고문 등 일제의 악행 등 현실에 기반한 내용이 다뤄지는 한편, 판타지 소설답게 용이나 마법사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특히 무당이 아닌 마법사의 존재는 동양 판타지 소설에서 흔하지 않아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총 다섯 개의 부, 각각 아홉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구조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독립적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들이 결말부에 이르러 빈틈없이 연결되며 하나의 완성된 서사로 수렴하는 순간, 정교한 퍼즐이 맞춰지면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 드러난다.


 각 이야기는 용 사냥꾼과 독립군, 조선인 출신 제국군 대위, 마법사, 그리고 평범한 소년 등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을 지닌 캐릭터들이 이끌어 가는데, 이들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이야기도 다채롭고, 각자의 서사 자체도 흡입력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충실하거나, 때로는 번뇌하면서 각자의 선택을 하는데 이들의 선택이 모여 극의 절정으로 향한다.


 판타지 소설임에도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과 사건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작품 자체는 굉장히 현실감이 느껴진다. 작품 속 초자연적 요소가 오히려 시대의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조선과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용의 비극이나 마법사들의 정치 갈등을 보고 있으면 당시의 아픔이나 갈등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되려 판타지 요소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독립군의 이야기는 독립운동의 위대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엑스터시’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간결한 이야기 속에 담긴 힘은 강력하다. 독특한 구성과 다채로운 캐릭터, 역사적 배경에 덧붙여진 판타지적 요소 등은 소설의 입체성을 더해준다. 여기에 소설이 남기는 깊은 여운은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를 준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거지.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바친 건, 다 너를 위해서 였다는 걸. 그들은 얼굴도 보지 못한 너를 위해 이 나라를 지켰던 거야. 그러니 우리가 그들을 위해 진정 해야 할 일은, 그들을 계속 기억하는 거란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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