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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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력 저하, 우울증 등 현대 사회에 팽배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온 요한 하리가 이번에는 비만 치료제와 식품 산업에 대해 파헤친다. 전작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집중력 저하가 개인의 의지 박약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역설했던 저자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줄 지 기대하며 ‘매직필’의 가제본을 펼쳐봤다.


 이 책의 ‘매직필’은 삭센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를 의미한다. 일전에 삭센다를 처방받은 지인을 만났었는데, 정말 몰라보게 살이 빠져서 어디 아픈 줄 알고 놀랐었다. 식단, 운동 없이 주사를 맞기만 해도 이 정도로 살을 뺄 수가 있다니, 이런 약이 보편화되면 평생 숙제라는 다이어트에서 이제 해방될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현대 의학의 발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요한 하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왜 이런 약이 필요해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실 위고비가 나오기 전부터 다이어트는 이미 하나의 산업을 이루고 있었고, 수많은 식욕억제제가 처방되고 있었다. 심지어 위 절제술이나 지방흡입과 같은 물리적인 시술과 수술도 이루어졌다. 왜 사람은 이토록 힘들게 살을 빼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까? 아니, 왜 사람들이 이렇게 살이 쪘을까?


 요한 하리의 질문은 비만을 개인적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비만을 단순히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운동이나 식단 등 노력해서 살 뺄 의지가 없는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소비하게끔 만드는 사회 구조를 짚어보자는 것이다. 누구나 양질의 음식을 먹고 싶지만, 경제적이거나 환경적 이유로 그게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이 비만이 되는 걸 그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요한 하리는 이를 지적하며 현대 식품산업을 파고든다.


 현대 식품산업이 살찌는 인간을 만들고, 현대 의학은 살빼는 약을 만든다. 스스로 비만치료제를 투약해 본 저자는 그 경험담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부작용도 겪고 왠지 모를 거북함도 느끼며 약을 끊을까 고민도 하던 그는, 그럼에도 이 비만치료제가 당장 비만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말 그대로 ‘매직필’임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한다.


 저자의 비만치료제 체험기와 이에 대한 탐구 결과가 궁금하다. 정말 비만치료제가 비만 문제의 정답이 될 수 있을지, 아무 문제가 없는건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알고 싶다. 전세계에 걸친 방대한 조사내용과 요한 하리 특유의 쉽고 재밌는 서술이 합쳐져 전작에 이어 또 한번 즐거운 지적탐구의 시간을 선사할 것 같아 기대된다. 그 끝에는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는 기분좋은 충격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지난 40년간 철저하게 포만감을 훼손시키는 음식을 먹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포만감을 되찾아줄 약을 원한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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