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이문영 옮김 / 들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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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딸의 관계는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하다가도 싸울 때는 서로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사실 다른 시대를 살아온 엄마와 딸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엄마들은 항상 딸들이 본인이 걸어온 길보다 더 나은 길을 가길 바라고, 딸들은 그런 엄마의 기대감이 버겁다.


 네 모녀의 이야기인 ‘조이 럭 클럽’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엄마와 미국인으로 자라난 딸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봉건시대의 악습과 중일전쟁의 참상을 딛고 미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 엄마들은 딸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다. 자신의 아픔을 들추어내고 싶지 않아서 였을지, 아니면 딸들이 그런 아픔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4명의 딸은 모두 수위안의 ‘너는 나에 대해 요만큼도 몰라!’라는 말처럼 자신의 엄마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러한 괴리감은 중국인과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앞에서 더욱 깊어진다. 중국어로 말하는 엄마와 영어로 답하는 딸. 엄마는 딸이 미국과 중국의 장점을 잘 조화시키길 바라지만, 딸에게 중국은 엄마의 나라일 뿐이다. 어엿한 미국인으로 자란 딸에게 엄마는 브로큰 잉글리시를 내뱉으며, 매너가 부족하고, 촌스러운 패션감각을 지닌 특이한 사람이다.


 하지만 딸들은 맞닥뜨린 어려움 앞에서 각자의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들은 딸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돕는다. 징메이는 엄마 수위안이 돌아가신 뒤에 엄마의 삶에 대해 알아가고, 그녀 안의 중국인을 깨닫는다. 남편에게 이혼통보를 받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로즈에게 안메이는 과거 자신이 그랬듯이 네 생각을 똑바로 말해야 한다고 말하고, 레나의 불공평한 결혼생활을 목격한 잉잉은 딸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의 아픈 과거를 되새겨 자신이 지닌 범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리라 생각한다. 항상 엄마가 본인의 약점을 찾아 공격한다고 생각했던 웨벌리는 엄마를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엄마로부터 도망쳤던 것은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엄마와 화해한다. 일련의 사건들이 엄마와 딸의 목소리로 진행되면서 양쪽의 입장이 서서히 좁혀지는 순간을 보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이다.


 조이 럭 클럽은 네 엄마의 마작 모임으로 그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고, 마작을 하며 좋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눈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 정착한 그들의 고난과 아픔은 조이 럭 클럽에서 희망과 기쁨으로 바뀐다. 네 명 중 수위안은 떠났지만, 그녀의 자리에는 이제 징메이가 앉는다. 그녀의 자리는 모든 것이 시작한다는 동쪽.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진 조이 럭 클럽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엄마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도 조이 럭 클럽이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부디 딸들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모든 모녀의 이야기이기도 한 네 모녀의 서사는 모녀 간의 상호 이해와 화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덮고 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되기 전 엄마의 삶이 궁금해졌다. 곱씹으며 읽을수록 더더욱 깊어지는 책이라서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고 싶어지는 책, 엄마와 딸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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