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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말로 머더 클럽’은 발랄한 분홍색 표지와 제각기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만 봐도 경쾌하고 밝은 코지 미스터리임을 알 수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인 말로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만족스러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주디스가 이웃집에서 총소리를 들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한 톤을 유지한다.
총소리를 들은 주디스는 즉각 경찰에 신고하지만, 타니카 경사의 미온적인 반응이 못마땅했던 그녀는 직접 자신이 이웃을 찾으러 옆집에 갔다가 그의 시체를 발견한다. 살인사건으로 전환되면서 경찰은 경찰대로, 주디스는 주디스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만 갈피는 잡히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비웃듯이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주디스는 수사 과정에서 벡스와 수지를 만나게 되고 세 여성은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중년과 노년의 여성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십분 이용하여 이들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수사요원으로서 맹활약을 하고, 결국 경찰인 타니카도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세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 중 두 건의 살인사건은 각각 유력한 용의자가 있지만 이들의 알리바이는 굳건하다. 거기에 이 세 사건이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 졌다는 증거가 남아있다. 결국 이 미스터리의 열쇠는 세 건의 사건 사이의 연관성에 있고, 주디스는 십자말풀이를 풀듯이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세 여성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소설의 유쾌함을 더해준다.
미스터리의 해결 과정도 흥미롭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세 여성의 서사에 있다. 7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일을 하면서 멋진 저택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주디스는 젊었을 때 어두운 과거를 집 한 구석에 잔뜩 쌓아두고 있고, 이로 인해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기피한다. 가끔 푼수같고 대책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용감한 수지는 그녀가 지닌 빛바랜 가족사진처럼 가족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외롭게 지내고 있다. 벡스는 신부의 아내, 엄마라는 역할에 갇혀 자아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세 여성은 함께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각자의 껍데기를 깬다. 수지는 다시 딸과 연락을 시작하며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처음에 '신부의 아내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수사 참여를 꺼리던 벡스는 어느새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마지막에는 처음의 벡스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주디스 또한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수지와 벡스를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인다.
한편, 비어있는 상사의 자리를 메꾸며 본인 능력치를 훨씬 뛰어넘는 사건들을 해결해야 하는 타니카는 워킹맘으로서 남편과 아이들, 아버지까지 부양하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는 설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처음에는 그녀를 바라보던 삐딱한 시선은 어느새 공감으로 변해 있었다.
이 책을 덮으며 주디스, 수지, 벡스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옮긴이의 말을 보며 후속작에서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발휘하는 세 여성의 새로운 활약상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