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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이코노미 -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시그널에 관하여
유리 그니지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24년 9월
평점 :
우리는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변수가 바로 인센티브로, 우리를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게 하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인센티브를 우리가 직접 설정할 수는 없을까? 이 책,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현실에서 인센티브가 작동하는 구조와 활용 방법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들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바보같은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나 싶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잘못된 신호를 주는 인센티브가 많다. 보통 인센티브는 정량적 기준에 따라 주어지는 반면, 정말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정성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양자가 어느 정도 어긋날 수 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인센티브를 보고 있자면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영악한건지, 아님 인센티브 구조를 짠 사람들이 생각이 부족했던 것인지 헷갈린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돈이 최고의 인센티브라고 생각해 왔는데 의외로 자기 만족도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환경 문제와 같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투영되는 영역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금전적 보상이 오히려 개인의 순수한 동기를 왜곡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금전적 인센티브만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 속물적인가 반성하면서도, 제대로 작동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스레 느꼈다.
실제로 책에서도 새로운 습관을 만들거나, 나쁜 버릇을 끊기 위한 인센티브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금전적 인센티브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습관을 만들거나 그만두는 일은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인데, 저자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보완하기 위해서 주변인과의 네트워크와 같은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한 부족의 문화까지도 바꾼 사례였다. 사자 사냥은 케냐의 마사이족 전사의 전통이었지만, 이들의 이익 구조를 조금 바꾸자 이제 마사이족 전사들은 이전과는 정반대로 사자 보호에 나서게 되었다. 구시대적 악습인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단순히 도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 지원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개인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부여한다면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전에는 인센티브라고 하면 조직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활용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채을 읽고나서 인센티브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인센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 등 크고 작은 협상에서도 인센티브는 중요한 도구이다. 인센티브에 대한 이해 없이는 우리는 어긋난 시그널을 주고 받으며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 좀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서는 인센티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