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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 힘의 대이동, 미국이 전부는 아니다
로빈 니블렛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8월
평점 :
초등학생 때 사회 교과서에서 보던 세계화라는 말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지금의 국제사회는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계 각 국에서 온 원자재가 세계 각 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가공되어 최종 소비자인 내게 도달한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가치사슬을 세계로 확대해 나가고,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어도 혼자서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이 세계가 얼마나 상호의존적인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상호의존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부터다. 한 쪽에서는 수출제재를 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보복관세를 물린다. 무역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두 나라의 관계가 삐걱거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1의 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전 세계 제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사이에서 다른 나라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바야흐로 신냉전의 시대인 것이다.
사실 뉴스를 조금만 관심있게 보는 사람이라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수 년 전부터 있었고, 우리나라 또한 그 영향권에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빈 니블렛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미중 갈등이 어떻게 촉발되고,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그야말로 ‘지구적’ 시각에서 보여준다. 신냉전을 미국과 중국의 관점에서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서양과 태평양 국가들과 아프리카,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그들의 대응 전략까지 살펴보면서 지금의 세계 정세를 적확하게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신냉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미국은 과거 냉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대표로서 동맹국의 수호자로 나섰지만, 지금의 미국은 동맹국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챙기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활용해 내부를 결집시키고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의 허점을 공격하고 있다.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석한 파트도 경제, 안보 논리가 우선일 거라 생각했던 국제정세의 근저에는 여전히 이데올로기가 주효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한국은 ‘미국이 지은 집에서 중국이 지은 밥’을 먹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가까이 있는 국가이자 제1의 수출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완전히 저버릴 수는 없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 수는 있지만 과거 냉전 시기처럼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신냉전 시대의 생존규칙 5가지를 제시한다. 한국 혼자서 이 규칙을 지킨다고 해서 신냉전이 해소될리도 없고, 또 단독으로 규칙을 행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신냉전은 이미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 신냉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그 끝은 어떨 것인지. 개인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파국만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