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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1 : 분노와 새벽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가 복수의 대상인 남자에게 접근하고, 우여곡절 끝에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는 익숙하다. 하지만 여기에 그 이름만으로도 이국적인 이야기, 천일야화가 더해진다면?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도 있듯이 더욱 재밌는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 ‘새벽의 셰에라자드'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로맨틱한 변주’라는 소개글에 걸맞게 익숙해서 더 재밌고, 그 와중에 판타지 요소까지 더해져 새로운 매력을 가진 한 편의 이야기이다.
새벽의 셰에라자드는 매일 신부를 처형하는 칼리프 할리드와 그로 인해 죽은 절친한 친구의 복수를 위해 칼리프의 신부로 자원한 셰에라자드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셰에라자드는 천일야화와 같이 하루밤 사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할리드에게 들려줘 목숨을 구명하고, 그녀의 계획을 실현시키고자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이어간다. 그렇게 살아남은 신부가 된 셰에라자드는 미친 살인마라고 생각했던 할리드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점차 그가 숨기고 있던 어두운 진실, 자신의 친구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했던 이유에 다가간다.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셰에라자드와 할리드의 감정선이나 관계의 변화에 대해 작가가 찬찬히 풀어나가기 때문에 복수를 외치던 셰에라자드나 지금까지 비정하게 신부를 죽여오던 할리드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급작스럽거나 뜬금없지 않고 설득력 있게 보여진다. 셰에라자드가 그 과정에서 겪는 혼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서술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그 감정을 따라가기도 어렵지 않다.
이 소설의 강점 중 하나는 셰에라자드와 할리드 외의 등장인물들도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생동감이 넘친다는 점이다. 할리드를 아끼는 사촌형이자 유머러스한 잘랄, 할 말은 다하는 시녀 데스피나, 셰에라자드의 소꿉친구이자 첫 사랑인 타리크, 딸을 위해 각성한 셰에라자드의 아버지 자한다르, 할리드의 숙적인 파르티아의 술탄 등 모두 각자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1편은 호라산과 할리드를 향한 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와중에 수도 레이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면서 끝난다. 1편에서는 판타지적 요소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는데 2편에서 본격적으로 마법이 다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셰에라자드가 지닌 잠재력이 어떻게 발현될지와 마법의 양탄자가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셰에라자드와 할리드가 어떤 역경을 딛고 일어나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잘랄과 데스피나, 자한다르와 타리크는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