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일기 : 영원한 여름편 - 일상을 관찰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가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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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855년부터 1857년까지 소로가 쓴 일기 일부를 수록하고 있다. 1855년은 '일기에 날씨를 적는 건 중요한 일', 1856년은 '자연에서 만나는 진보와 보수의 공존', 1857년은 '단순하게 살고 번거로움을 피하자'라는 부제가 있다.


 사실 일기이다 보니 극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은 없지만 오히려 그 평온함과 잔잔함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한 조각을 엿보면서 현대의 우리는 얼마나 번잡하게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어릴 때 한 평생 도시에서 사시다 귀농한 이모 댁에 놀러 갔는데,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골에 와서 받았던 충격이 생각난다. 이렇게 예쁜 새소리가 있었다니, 밤이 이렇게 어두울 수 있다니. 소로의 일기를 읽고 있자니 그 당시 생각이 떠오르면서 그 추억에 대한 그리움도 커졌다. 현대 문명을 만끽하는 입장에서 보면 분명 불편한 삶인데도 소로처럼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적으로, 외적으로 치여 조금씩 바스라지고 있어 소로의 말처럼 "단순하게 살고 번거로움을 피하는 것이 단단해지는 비결"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그런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꾸준하게 일기를 쓰는 소로의 성실함도 놀라웠다. 매일매일은 아니어도, 가끔씩 긴 공백기가 있긴 해도 완전히 기록을 놓지 않고 몇 년 간 이어온 점이 정말 부럽기까지 하다. 사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루하루 살다 보면 뭘 기록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때가 많다. 아니면 매일 비슷한 내용을 쓰거나. 한동안 맨날 일기에 회사 욕을 썼더니 그 시기의 일기는 다시 펼쳐보고 싶지 않아졌다. 그러다 보니 일기를 점점 안 쓰기 시작해 요즘은 아예 손 놓은 지가 몇 개월이다. 


 이런 때 소로의 일기와 같이 날씨 이야기로 일기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날씨의 특징이 우리 기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소로의 말은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덥고 습한 날은 불쾌감을 쉽게 느끼고, 비가 오면 흔히들 축 처진다고 말한다. 쨍쨍한 맑은 날에는 파란 하늘만 봐도 괜스레 마음이 풀어지고 활기가 돈다. 날씨로 시작해 그로 인한 나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일기라니,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지만 왠지 이 방법이라면 일기 쓰는 재미가 다시 살아날 것 같다.


 '일기에 날씨를 적는 건 중요한 일'이라는 부제가 달릴 정도로 소로의 일기 대부분에는 날씨나 풍경 묘사가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그 묘사가 얼마나 섬세한 지 소로의 일기를 읽다 보면 내가 마치 그 시공간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겨울날을 그려낸 그의 글을 보면 코끝이 시려오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서 눈이 녹고 생명이 움트기 시작할 때의 일기를 보면 그가 느꼈을 흥분이 온몸으로 전이된다. 애초에 글을 아름답게 쓴 소로도 그렇지만, 또 그의 글을 맛깔나게 번역한 번역가의 노고가 느껴진다. 


 가난 속에서도 의연하게, 오히려 특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혜택이라는 소로. 일기 속에 담겨진 그의 일상을 가만 들여다 보면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것 같아 그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고 이를 아름다운 글로 기록한 그를 보며 나는 또 밝아오는 새로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꽤나 묵직한 질문을 얻어간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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