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고 스토리 - 장난감 브랜드, 혁신의 아이콘이 되다
에비타니 사토시 지음, 류지현 옮김 / 유엑스리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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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나는 레고를 무척 좋아했는데 비싼 가격때문에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자주 사주지는 못했지만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종종 선물받았던 기억이 있다. 첫 레고가 시티 시리즈 소방서(그때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였는지, 어떤 시리즈였는지 모르겠지만 약간 어두운 분위기의 성 레고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레고는 2002 월드컵 시즌에 나온 축구 레고다. 블록 조립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축구 게임을 할 수 있었던 이 레고는 당시 내게 꽤 큰 충격이었다. 이전에는 완성한 블록을 가지고 역할놀이 정도 하는 게 다였는데, 상대방하고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게임을 할 수 있다니! 이 때의 경험은 내가 레고라는 브랜드에 애정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이 책도 레고에 대한 팬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990년대~2000년대 초 레고의 위기와 그 극복 과정에 집중한다. 이 당시 레고의 위기는 안팎에서 찾아왔다. 외부에서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고, 블록에 대한 특허권 만료로 저렴한 가격의 블록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직 내부는 그간 거듭된 성장으로 인한 매너리즘에 빠져 대외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업의 위기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다. 레고의 위기 극복 과정을 보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레고 제품들이 등장한다. 레고 스타워즈, 마리오 시리즈나 레고무비와 같은 다른 콘텐츠와의 콜라보, 팬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한 레고 등. 이것들은 혁신의 결과물이고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혁신이 가능해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를 주도적으로 해낸 사람이 35세의 내부 발탁 CEO였다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외에도 레고는 블록을 활용한 창조적 사고라는 강점을 살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도 신선했지만 회사에서도 레고를 활용해서 팀 빌딩이나 조직 활성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은 더더욱 신기했다. 이 책에 사례로도 제시되어 있는데, 누군가 내게 레고로 나의 강점을 표현해 달라고 하면 나는 어떤 모양을 만들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막막하다. 직접 블록을 만져보며 뭐라도 만들다 보면 달라질까. 한번쯤 회사에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레고의 장밋빛 미래로 끝나지 않는다. 큰 위기를 발판 삼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레고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가짜 레고가 판치고 있고,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에도 대응해야 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대에 레고 블록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책의 담론이 레고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에게까지 확장되기 때문이다. 레고 자체는 그저 블록이다. 이미 이 블록은 특허권이 만료되어 누구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도 왜 나는, 사람들은 레고에 열광할까. 블록 조립이라는 경험이 주는 가치때문이다. 레고는 이 경험이 주는 가치를 확장하고 다양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왔다. 이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지난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찾고, 변화에 부지런히 적응해야 한다. 우선은 조립설명서 없이 레고 블록을 손가는대로 맞추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부터 가져봐야 겠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레고의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레고 블록이 가진 매력을 시대에 따라 변화시키는 적응력에 있다. 제품 자체만 보면 경쟁자가 아주 쉽게 모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블록일 뿐이다. 가격 경쟁이나 기술 경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레고가 그동안 블록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왔기 때문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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