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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타카토
박하루 지음 / 고블 / 2024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타카토는 해당 음의 길이를 반 정도 줄여 짧게 연주하라는 의미다.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짧고 강한 음을 들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스타카토는 이 책의 제목이자 한미채가 남긴 노래 제목(러브 스타카토)이지만, 짧지만 여러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녀의 인생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한미채라는 80년대 한국게 일본 아이돌 가수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 스토리의 큰 골조이다. 여기에 단비, 아람, 민재 세 청춘들의 서사가 얽혀 들어간다. 이 책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특수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일단 한미채는 그 당시 재일교포로 혈혈단신 한국에 왔다. 아마 그 당시를 생각하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곳은 없었을 것이다. 단비는 어머니가 무당이라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스스로 친구들과 선을 긋고 산다. 민재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우울증에도 걸려 심하게 방황한다. 아람은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그나마 평범한 친구인데 단비를 짝사랑하고 있다. 정작 그 단비는 민재를 오래 전부터 짝사랑 중이라 삼각관계 완성!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덜 심각하긴 하지만 그 나이 대의 짝사랑이라니 나름 심각한 문제다.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시종일관 분위기가 밝다. 중간 중간 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질질 끄는 것 없이 시원시원하게 해결된다. 마치 딱딱 끊어지는 스타카토처럼. 당연한 일이지만 한미채의 과거가 풀리는 것은 작품 최후반부의 일이고, 주로 단비, 아람, 민재 세 명이 한미채의 노래를 복원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단비의 귀신 빙의 사건, JG엔터의 방문과 이로 인한 세 사람의 고민과 갈등, 단비와 민재의 크리스마스 데이트(?) 등등. 작중 인물들의 나이대에 이 작품을 읽었다면 맘이 간질간질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앞자리가 3인 나이가 돼서 읽으니 세 사람이 귀엽게 느껴졌다. 문득 나의 10대 20대가 생각나기도 하고.
사실 한미채의 비밀도 궁금하긴 했지만, 노래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세 사람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다. 민재에게 잘 보이기 싶은 마음에 빙의 쇼까지 하던 단비는 진심으로 한미채의 노래에 애정을 가지고서 녹음에 임하게 되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아람은 JG의 엄청난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을 응원한다. 삶의 모든 의욕을 잃었던 민재는 한미채의 노래에 집착하지만 단비, 아람과 함께 하며 점점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물론 집 나간 눈치는 돌아오지 않지만...
한미채의 비극적 진실은 그 시대의 아픔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고 명확한 권선징악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민재의 삼촌이 그녀를 위해 싸우기 위해 나서겠지만 그의 말마따나 가해자의 체면만 좀 깎일 뿐이다. 어찌보면 찝찝한 결말인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미채는 없지만 그녀의 노래는 단비, 아람, 민재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까. 작가의 말처럼 짧은 인생을 통해 가장 오래 가는 흔적을 만들었기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 노래도 꼭 들어보길. 예상했던 것보다 더 팝한 느낌이지만 한미채의 감정이나 단비, 아람, 민재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