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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는 1928년 바그다드 여행 이후 고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 맥스 맬로언도 고고학자로, 남편과 발굴 여행을 같이 다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은 중동이 배경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작품도 제목에 '메소포타미아'가 있듯이 이라크의 한 유적 발굴지가 배경이다. 배경만 이러할 뿐 사건 자체는 치정극이다. 다만, 이국적인 배경이 주는 긴장감이나 소소한 미스터리들이 있긴 하다. 푸아로는 처음부터 이 사건에 대해 라이드너 부인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집중한다. 발굴단원들이 생각하는 라이드너 부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녀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고, 타인을 좌지우지하는 일을 즐겼다는 사람이었다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여기에 라이드너 부인을 둘러싼 하나의 드라마가 더 있는데, 작품의 심리 스릴러적 요소를 더해준다. 라이드너 부인이 전 남편이 독일 스파이임을 알고서 그에 대해 밀고했고, 이로 인해 전 남편 또는 그의 동생이 그녀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 남편 일가가 유력 용의자로 떠오르며 발굴단원 중 누군가가 신분세탁을 한 전 남편이나 동생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피어오른다. 푸아로는 라이드너 부인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발굴단 내의 인간관계와 이들의 심리를 능숙하게 파고든다. 결국 그녀의 성격을 완벽하게 그려낸 푸아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고 모든 이들 앞에서 밝힌다. 사실 푸아로는 라이드너 부인뿐만 아니라 범인의 심리 또한 파악하여 증거 하나 없지만 범인을 옭아맨다. 소유되고 싶지 않은, 차라리 소유하는 쪽을 원하는 라이드너 부인과 강한 소유욕을 지닌 범인은 그 만남 자체가 애초에 파국을 예정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이 작품에서도 보여주듯 개개인마다 한 사람에 대해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다르게 이해한다. 결국 어떤 이를 딱 하나의 특성으로 규정짓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보는 저 사람이 저 사람의 전부고, 내가 저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나는 라이드너 부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어떤 여자였을까....? 때로는 그녀가 무시무시한 여자였던 것 같고, 때로는 그녀가 내게 얼마나 친절했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그녀의 아름다운 금발 같은 것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결국 그녀는 비난보다는 동정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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