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의 카드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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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아로와 올리버 부인, 배틀 총경, 레이스 대령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이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은 크리스티 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플 양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쉽지만....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불러 모은다는 설정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 작품은 정작 이들을 불러모은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오히려 범죄자가 또 범죄를 저질렀다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인간 심리의 대가인 푸아로는 생뚱맞게도 브리지 게임에 집중하여 손님들의 성격과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고, 우직한 배틀 총경과 허당끼 있는 올리버 부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손님들을 만나며 정보를 캐낸다. 경찰인 배틀이 공식적 범위 안에서 조심스럽게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내는 반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올리버 부인의 접근방식은 웃음을 자아낸다. 근데 또 이게 의외로 먹힌단 말이지 아쉽게도 레이스 대령은 중간에 급한 용무로 하차(?)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정보망을 가동해서 톡톡히 제 역할을 다 한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로버츠 선생, 로리머 부인, 데스파드 소령, 메러디스 양에 대한 정보가 차곡차곡 모이고, 누군가는 살인 혐의를 벗지만 또 다른 사람의 혐의는 짙어진다. 이 중 누가 셰이터나의 살인범일까? 점점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4명의 손님 중 한 사람이 자신이 범인이라 거짓 자백을 하고, 자신이 범행을 목격했다고 실토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다음날 사망하고, 작품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된다.

 결국 죄 지은 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셰이터나의 살인범뿐만 아니라 과거에 죄를 지은 자들도 각자 벌을 받았고, 죄 짓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니 완전한 권선징악의 결말이라고나 할까.

 다만, 푸아로, 올리버 부인, 배틀 총경, 레이스 대령까지 총출동한 사건치고는 어정쩡하다. 이 쟁쟁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각자의 역량을 한껏 뽐내기 보다는 뭔가 쿡쿡 찔러만 보다 사건이 해결된 느낌? 사실 유력 용의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니 남은 사람이 범인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이 정도로 밖에 쓰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맡은 바를 다하는 경관, 그게 내 방식입니다. 으스대지도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으며 그저 정직하게 흘리는 땀이 전부입니다. 둔감하면서 조금 우둔하게 하자는 주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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