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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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인간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운명 앞에서 속절없이 휘둘린다. 아킬레우스 또한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면 전설이 되겠지만 요절할 것이라는 예언을 받지만 그리스 최고의 전사로 인정받길 원했던 그는 참전을 결심한다. 생명을 대가로 하는 명성이라니, 그가 왜 그렇게 자신의 이름값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간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가 타인의 생명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우고, 그로 인헤 오히려 그의 명성이 깎이는 것을 지켜보는 파트로클로스. 자신과 자신에 속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육체적 강건함이 미덕이자 영웅의 조건이던 시대,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아킬레우스와 그리스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예언 속 미르미돈 최고의 전사가 된다.
당연하게도 예언은 실현되어 아킬레우스 또한 죽음을 맞이하고 두 친구는 저승에서 만나 못다한 우정과 사랑을 나누게 되리라는 암시와 함께 소설은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생명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우거나(아가멤논, 아킬레우스), 마치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만하게 구는 인물(피로스)들과 소심하고 나약하지만 타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 배려심을 지닌 파트로클로스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또한 인간을 혐오하는 테티스와 바로 그 인간인 파트로클로스, 계속 반목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아킬레우스 사후 테티스는 파트로클로스에게 아들과의 추억을 들려달라 청하고, 파트로클로스 또한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토록 반인반신인 아들의 신성에 집착하던 테티스가 결국 아들의 인간성에 대해서도 긍정하면서 파트로클로스를 아들의 동무로 받아들이고 그를 저승으로, 아킬레우스의 곁으로 보내주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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