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게임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곳은 신비한 장소야. 성스러운 곳이야. 네가 보고 있는 각각의 책은 모두 영혼을 지니고 있어. 그 책을 쓴 사람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었고 그 책과 함께 살았고 꿈꾸었던 사람들의 영혼도 가지고 있어. 책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가 그 책으로 시선을 떨어뜨릴 때마다, 그 책의 영혼은 커지고 강해지지. 이미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 속에서 잊혀 버린 책들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면서, 새로운 독자나 새로운 영혼의 손에 이르기를 기다려……." (p.349)

선창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바르셀로나라는 커다란 신기루가 검은 바닷물 속에 잠길 때까지, 이사벨라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도시의 불빛이 하나씩 꺼졌고, 나는 이미 내가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351)

"그건 자네에게 달려 있어, 마르틴. 나는 자네에게 백지 한 장을 건네주겠네. 이 이야기는 이미 내 것이 아니야." (p.365)

그러자 나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고, 내가 그녀에게 끼쳤던 해를 보상하며, 내가 그녀에게 결코 주지 못했던 것을 되돌려 주는데 우리에게 남은 모든 시간을 사용하게 될 것임을 깨달았다. 이 글은 그녀의 마지막 호흡이 내 품에서 꺼지고,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 안쪽으로 그녀와 함께 갈 때까지 우리의 기억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녀와 함께 영원히 물속에 가라앉고 마침내 천국이나 지옥도 우리를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장소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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