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들을 읽다 보면 정말 재미있기도 하고
작가들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허무맹랑 이야기 같기만 한 것도
결국 현실이 되어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게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SF 좀 읽어봤다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60년대 80년대 소설 속 상상 속의 웨어러블 컴퓨터나 노트형 컴퓨터 전기차가
현재는 애플워치 갤럭시노트 테슬라 전기차 등 나의 현실 속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가끔 현실이 되면 두려울 것 같은 소설도 있는데
이번에 읽은 SF 소설 속에서는 지금 당장 우리가 고민할 것들부터
현실이 된다면 두려운 미래부터 어쩌면 가능할 것 같은 기술까지
흥미로운 이야기 속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항상 외국 작가의 SF들을 보다가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으니
너무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와 종교에 나오는 이름이
등장인물 속에 녹아들어 있어서 책 내용이
어떻게 연결될지 추측하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오윤희 작가의 사라진 올림푸스는
한번 읽기 시작하니 속절없이
빠져드는 페이지터너 소설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주인공 이카루스와 함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드는 책이었다.
아프지 않고, 일도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돈을 버느라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거를 즐거움을 위해 살기만 하면 된다면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그냥 놀고먹고 즐기는 삶을 사는 게
나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매일 매일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지낸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즐거운 것만 하고
식사도 챙겨주고 모르는 건 그냥 생각만 해도 설명해 주고
특히 뭔가 해봤자 더 즐거움을 위한 sns 활동뿐.
좋아요 수가 올라가면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게다가 귀여운 반려동물도 있는 삶이라니 완벽하지 않은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주인공 이카루스 다.
자신이 이 세상의 신이라서 그냥 항상 젊고 건강한 상태로
올림푸스라는 신들이 사는 곳에서
무료하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카루스는
로봇 푸들과 ai 비서이자 자신을 돌봐주는 메티스와
매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공동육아실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고
가끔 통신을 통해 안부를 묻고는 하는 정도이다.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삶 속에서
무료함과 우울을 느끼게 되는 이카루스.
신들이 사는 올림푸스에서도 몸의 질병은 모두 정복해
죽지 않고 영원히 젊게 살 수 있지만
정신의 병은 해결하지 못했기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ai 의사에 의해
콜로니 라는 곳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진짜 음식, 인간, 개, 식물 등
가상현실에서 보던 게 아닌 실제를 만나게 된다.
이카루스는 그곳에서 죽어가는 노인 노아와
그의 손주인 쌍둥이 남매 이브와 아담을 만나
자신이 모르던 것들을 하나둘씩 알게 된다.
삶과 일을 체험하고 진짜 식물을 가꾸고
이브와 사랑을 나누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하지만 이브의 할아버지 노아가 죽어가는 모습,
우호적이지 않은 콜로니 사람들의 텃세에 괴로워한다.
결국 죽지 않고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올림포스와
죽음이 있지만 이브와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콜로니의 삶 중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결국 이카루스는 선택을 하고 그것은 어떤한 결말로,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진실로
이카루스를 이끌게 된다.
줄거리만 살짝 이야기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감탄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세계관 설정과 상상 가능한
가깝지만 멀어 보이는 미래를 그린 모습이
현재 우리의 삶도 녹아있는 부분이었다.
SNS로 자신의 과장된 삶을 보여주는 우리
스스로 망친 삶이면서 남을 원망하는 모습
만용을 부리며 환경을 파괴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냥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이기적이지만 대의를 위한 선택을 하는 인간
점차 우리의 삶 속에 침투해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들을 천천히 앗아가는 기술들과
그 기술을 만들면서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제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모습
뭔지 모르겠는 초반을 지나서
미스터리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카루스의 선택이 불러일으킬 결과가 궁금하고
진짜 이카루스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것은 물론
어쩌면 지금 우리의 선택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가 최악의 방식으로 혹은 긍정적인 방식으로
펼쳐지는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카루스의 노아 아담과 이브의 선택에 대해서도
ai의 선택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나는 SF의 매력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지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고민하게 만들고
최악의 미래를 상상해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책은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하고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너무 많아서
너무 만족스럽고 재미있었다.
신화와 성서 속 인물들의 이름이 많이 나오고
그 인물들의 특징이나 인생을 알면
생각할 수 있는 미래를 많이 차용하기 했지만
그 덕에 더욱더 쉽게 읽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여기에 결말을 적지 않았지만
인간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 볼 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래도 ai 비서는 좀 부럽긴 했다.
단 똑똑하게 써야겠구나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인간은 대체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구나
하는걸 다시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기도 했다.
"신들의 세상에서 중요한 건 즐거움 하나밖에 없어요. 즐겁게 지내지 않으면 신이 아니라고요!"
"도무지 생각 같은건 안 하고 사는구나."
"생각은 몸에 안 좋아. 생각이 많으면 결국 건강만 해친댔어."
"내기는 내기니까요. 이번에도 내가 맞고, 당신이 틀렸어요.
인간에게 중요한 건 영혼이나 가치가 아니에요.
욕망과 안락한 삶, 영원한 젊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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