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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1962-1985 - 생명의 씨앗 ㅣ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프랭크 허버트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2월
평점 :

내가 SF를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고3 수능을 다 보고 원서와 모든 일을 하고 하릴없이 보내던 시기에 도서관에서 SF 소설들을 읽게 되면서였다. 듄은 꽤 권수가 많아서 안 보고 단편들만 보다가 용기를 내어서 1권을 빌려서 집에 왔는데 다음날 쉬는 시간에 학교 길 건너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다음권을 빌리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물론 뒤에 가서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안 나오자 읽다 말았지만 듄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 후로 듄 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녀서 친구들이 그만하라고 했었던 적도 있다.
요즘은 재밌는 책 추천해달라는 사람은 전혀 없고 유튜브 뭐 보냐 ott 뭐 보냐 물어보는데
딱히 보는 게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최근에는 그 내가 사랑하는 듄이 영화로 개봉해서
지인들에게 봤냐고 물어보고 볼래? 친한 친구들에게 예매해 준다고 하고 다니고 있는데
이 듄의 작가님 프랭크 허버트 님의 단편집 1,2권이 나왔다!!!
무려 내가 읽은 단편집 생명의 씨앗에는 18편이나 수록되어 있었다.

비록 한편이 2페이지만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내용이니 한 편 한 편을 소중하게
아껴서 봤다!!!
작가님의 글은 정말 스무드 하게 읽힌다. 번역가님도 힘내주셨는지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없었다.
특히나 SF 작품들 중 새로운 단어나 과학 용어 같은 것을 좀 어렵게 풀어주셔서 읽으면서 ??? 물음표만 잔뜩 띄우게 되는 책들도 있는데 이번에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딱히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단편집을 가장 읽고 싶었던 중 하나의 이유가 듄과 관련된 단 한편의 단편이 실려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는데
책이 오자마자 이것부터 포장을 뜯고 바로 읽었다.
유일하게 삽화가 있으며 책을 읽는 내내 듄으로 관광을 떠나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곳저곳을 보고 온 기분이 들었다. 듄에 순례자가 되어 무앗딥과 그의 추종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듯 경건한 마음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궁전을 돌고 무앗딥의 오니솝터를 보고 오고 성지순례, 혹은 덕후의 마음을 가득 담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40년 전에도 덕심을 저격하는 글을 써낸 작가님의 통찰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정말 듄에 갈 수 있다면 폴 무앗딥이 갔던 길을 답사할 수 있다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은 짧고 강렬한 단편이었고. 듄을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 눈에 선한 마음속에 있던 고향을 돌아보고 온듯한 아쉬움과 쓸쓸함은 물론 흐뭇함도 느끼게 해주는 짧은 선물 같은 단편이었다.
가장 읽고 싶었던 단편을 먼저 읽고 제목을 훑어보면서 제목이 끌리는 데로 한 편씩 읽어나갔다.
정신의 장은 읽으면서 누가 선이고 악인지 계속 보면서 헷갈려가며 읽다가 그걸 나누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용이 이어지는 내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면서 계속 읽으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끝난다고라고 생각을 하는데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즐거웠던 소설이었다. 거기다가 그 안에서 여러 불교에 관련된 것들과 폭력 우리의 미래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내용이 있었다. 요즘 세상을 보면 이 소설이 꼭 소설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나는 어떤 형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단편이었다.

눈치 빠른 사보 추어도 제목에 끌려서 읽었는데 꽤 재밌었다. 아니 저 우주시대에도 법정싸움은 재미있구나. 또박또박 이어지는 대화의 재미와 그 특유의 유머가 재미있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던 단편이었다.
마지막 문장
"하지만 매키 같은 통찰력이 없는 사람들은 법정 안에서 궁금해할 뿐이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일까?"
이걸 보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면… 내가 생가가한거랑 다른게 또 있나 하면서 다시 앞쪽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었다. 단편이 재미있으면 아쉽다. 이렇게 끝내지 말고 좀 더 얘기해 주지 그래서 다음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단편이란 뜻이 아닐까?

GM효과는 획기적이었다. 이 내용은 듄에도 영향력을 끼쳤을거라 생각하고
이 내용을 읽는 내내 조금 슬프기도 하고 혹은 진실이라고도 생각되었다.
이걸 생각한 작가님도 정말 짖궂지만 재미있다는 생각도 했다.
이것도 시간여행에 속하는걸까? 이것의 생각에서 이어진게 폴이 미래를 보고
과거를 보고 모든것을 보는것이 이어지는 걸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읽었고 짧게 이어짐에 아쉬움마져 드는 단편이었다.
이렇게 다 읽고 나서 아쉬운 단편들이 가득했다. 원시인도 인상적이었고 벼룩의 벼룩도 좋았다.
그리고 진짜 짧지만 정말 유쾌하게 본 게 개구리와 과학자로 아까도 언급했지만 작가님의 유머에 딱 2페이지인데 보는 내내 실실거리면서 본 단편이었다. 이것도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2페이지 짜리로 우리가 아닌 다른 생명체의 눈으로 본 이상한 지구인 시리즈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뒤틀은 유머가 유쾌했다.
규정 제일주의도 재미있었다. 잉은 영웅이다. 과학적인 내용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영웅의 서사가 다 나온다. 조력자도 있고 절망과 희망 그리고 이런 내용과 설정을 짠 작가님은 천재이구나 청소기를 이용하다니... 영웅의 내면을 본 것 같다. 내가 해내야만 해 이걸 읽으면서 듄의 폴도 조금 생각났다~
표제 소설 생명의 씨앗도 좋았다.덤덤하게 어려운 환경에서 나아가 적응하려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정해져잇는 현실에 실패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였다. 그 고요한 나아감을 묘사하는데 모든 게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인데도 다 읽고 나면 희망이 연상되는 이야기라 읽고 나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작가님의 글이라는 게 딱 느껴져서 아 이래서 표제 소설로 뽑힌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라 마음에 남았다.
이 단편집은 정말 다양한 소재와 인간이 아닌 여러 생명체들이 살아가며 나아가며 싸우면서 진행되는 온갖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들이지만 인간적인 면들이 가득해 보면서 가슴 깊이 두근거리고 재미있었다.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서 자꾸 책을 읽으면서도 이게 뭘까 하고 생각하고 고뇌하게 되는 것 같았는데 이런게 다른 소설을 읽을 때와 달라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또한 요즘 날씨등을 보면 지구가 자꾸만 망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세계 전쟁을 생각하면 작가님이 상상한 게 현실이 될 거 같다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게 하는 단편집이었다.
독특하고 재미있고 솔직히 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면서 모든 이야기에 감탄한 건 사실이다. 짧은 이야기라 줄거리를 이야기하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다양한 각도와 시야로 이 뱡항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보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집이라 보는 내내 그래 이게 SF 단편집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작가가 쓴 건데도 다 독특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그 작가의 숨결과 호흡이 느껴지는 단편들이었다.
다 읽고 나니 너무 아쉽지만 한 권의 다른 단편집 #오래된방랑하는집 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듄이 장편이기에 그 안에서 이야기한 종교 사상 환경 우주 그것들의 그림자 잔재 그 이야기들의 씨앗과 파편을 마주할 수 있는 단편들도 이 한 권에 들어있었다.
프랭크 허버트 작가를 이전에 만났던 이들도 처음 마주한 이들에게도 이 단편집은 즐거운 선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