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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평점 :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우리의 정서와 비슷한 것도 있지만 정말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익숙하면서 낯선 장소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꽤 좋아한다.
익숙한 사회환경과 인프라지만 조금은 다른 정서와 우리와 다른 반응에 얼떨떨하면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소설들이 내가 느끼는 일본 소설인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일본 소설 여름의 너에게 겨울의 내가 갈게는 처음에 읽을때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시한부 사랑 이야기인가 하면서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책이었다.

문학부에 들어간 신입생 주인공 우주메 나쓰키는 동아리 술자리에서 나가려다가 이와토 유키라는 유화 전공을 하는 학생과 알게 된다. 아름답고 묘한 그녀와 밤을 함께 보내고 연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져 버린다. 약간은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나쓰키지만 평소 자신이라면 연이이 되거나 만날 수 없는 그녀라 생각한다. 그래도 나쓰키는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찾아 평소 자신이 할 수 없을 법한 행동을 해가며 유키의 본가까지 가서 유키가 사라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긴 잠을 자고 있었다.
겨울부터 봄까지 잠에 빠져버리는 원인도 해결 방법도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방에서 죽은 듯이 누워있는 그녀를 본 나쓰키는 그녀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되었고 특이한 병에 의해 남들에게 의지할 수도 없이, 여러 상처도 받아 힘들어하던 유키도 나쓰키를 의지하고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나쓰키의 대학친구에 의해 유키의 과거를 알게 된 나쓰키는 그녀의 모든 것이 신경 쓰이게 되고 작은 균열이 결국 유키의 손을 놓을 정도로 유키를 의심하게 되는데....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처음 프롤로그를 읽을 때에는 평범한 시한부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점점 알 수 없어졌다. 그녀의 병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밝혀질수록 나쓰키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 속에선 유키는 알 수 없는 사람 같아 보이며 나쓰키의 불안이 당연해 보였다.
사랑하는 이가 불치병에 걸렸고 4개월가량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드는 데다 아름다운 그녀에 비해 보잘것없는 자신에 의해 점점 사랑하지만 그만큼 불안해하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그런 나쓰키가 이해도 되는 것이었다.
아픈 사람도 아픈 사람이지만 그걸 옆에 성 봐주는 것도 정말 힘들다. 특히 아픈 이들은 자신이 아픈걸 숨기거나 더 드러내거나 예민하게 굴기도 하기에 그걸 눈치 보며 있어야 하는 주변사람들은 피곤하기 마련인데 나쓰키는 여기에 자신감도 없어서 사랑에서 을이라 생각하는게 보여서 안타까우면서도 현실적인 기분이었다.
마지막 둘의 갈등이 고조되고 해결되는 부분과 결말도 내가 상상한 것과 달랐고 의외에 결론에서는 약간 장르마저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보고 나서 미소 지으면서 다시 한번 앞 부분을 읽어보러 가게 만드는 잘 짜여진 소설이었다. 한 사람만의 시선으로 초반이 쓰여있기에 후반부를 읽으면서도 다 읽으면 다시 읽어서 복선을 다시 확인하거나 유키의 행동을 다시 되짚어 보고싶어 지는 소설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심리가 담담하면서도 눈에 그리듯이 보이는 점이 좋았다. 과장되거나 의식하는 듯한 것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의식적으로 드는 생각을 바로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그가 보는 유키의 모습으로만 유키를 이해하고 알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물론 유키 시점도 재미있었다.
나쓰키가 자신감이 좀 없다는 것도 유키 시점에서 읽으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특수한 상황과 시련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함께하기로 정하는 것이 사귐이라는 것에서 보편적인 커플들이 겪을 고난을 보여주고 있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수한 시련으로 인해 더 두드러져 보이지만 이해하고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나쓰키의 캐릭터 참 좋았다. 또한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쓰키를 믿으려 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용기 낸 유키가 가장 대단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만약 저런 불치병을 가지고 있다면 게다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를 줬다면 다시 시작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일 것 같아.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
용기 사랑 믿음 노력 한 발자국 내딛음 우정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책이라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