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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덕후 1호 - 나를 몰입하게 한 것들에 대하여
문화라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평점 :
덕후라고 하면 안 좋게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덕후라는 말이 시작된 게 집에만 틀어박혀 음침하게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한 채
은둔해 사는 이들을 일컫던 언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덕후가 나쁘게 쓰이던 적도 있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이제는 전문가를 또 다르게 부르는 말의 하나라고도 뜻해지며
일본어의 오타쿠에서 오덕 덕후 까지 지금은 일상에서 무언가에 몰입하여
준 전문가가 된 이들을 일컫는 단어로 새로 태어나 쓰이고 있다.
그런 그 단어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을 읽었다.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 1호이기도 한
이웃 덕후 라는 책이다.

같은 덕후로써… 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 얌전한 덕후구나 하면서
이렇게 훌륭한 덕후들이 많아서 세상은 참 아름답고 발전하고 있구나 싶었다.
열심히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의 에세이는
나의 덕후의 혼에도 불을 지피며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한다.
자신의 덕후혼을 불태운 이들의 에세이 공모전의 수상작을 모아 책으로 엮은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진심으로 쓴 글이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사랑이 가득해
글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첫 번째 덕후 '모임덕후'의 삶은 정말이지 경의로웠다.
주부와 엄마라는 포지션 외에 수많은 모임을 이끄는 그녀는 자신이 필요한 모임을 만들어 이끌고 있었다.
반찬 모임, 적금, 글쓰기 등등 정말 나는 함께 할 생각도 못 할 것들은 모여서 하는 것도 신기하고
그 모임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것 같았다.
나도 그녀의 모임에 하나라도 참여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모임을 여는데 도가 트고 연륜이 쌓인듯한 글에
신뢰감이 들었다. 그 신뢰감이 느껴지는 모임 노하우는 사회생활의 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 번째 덕후는 브리티시 락의 덕후로 나도 한때 이쪽에 몸을 아니 발가락을 담가봤기에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베스트 트랙을 소개하면서 역사와 좋은 점 등을 나열하는데 바로 그 덕후의 맘이 절절히 느껴졌다.
게다가 베스트트랙에 바로 내 사랑 퀸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퀸의 노래를 틀어놓고 읽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쓴 이가 자신과 공감해 주는 이가 없어 슬프다 했을 때 속으로 '알지 알지'를 외치며
다들 아이돌을 사랑할 때 록 음악을 들으며 '퀸 죽었잖아'라는 지인들에게 '우리 오빠들 현역이거든'을
피 토하며 얘기하던 나 같은 이가 여기 있었다. 진짜 재밌게 읽었고 좋은 노래들을 덕분에 알게 되어서 좋았다.
덕분에 내 플레이리스트가 더욱 풍부해졌다.
요즘 뭐 듣냐는 질문에 솔직히 답하지 못하는 동지가 권하는 음악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저도 오아시스 좋아합니다. 그분들 다큐 영화 보러 고생한 이야기를 하자면... 나도 덕후다.
다음 덕후는 기계식 키보드 이야기를 했다. 지인 중에도 키보드를 열심히 꾸미는 친구가 있어서
좀 비싼 키보드 세계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친구가 이야기하던 청축 적축 등이 이해가 갔다.
당시에는 그게 뭐가 달라서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고 매물이 없다는 건 또 뭐야 키보드 엄청 많이 파는데 했는데.
지인에게 미안해졌다. 게다가 궁금해서 유튜브도 찾아보고 키보드를 잘 쓰지도 않으면서 갖고 싶었다가
가격을 보고 음 다음에 살까 하고 내려놨지만 말이다.
글쓴이는 키보드에 수십만 원을 쓰는 사람이 바보 같냐고 하지만
아니요 저는 다른데 그렇게 써봐서... 남는 게 있으니 더 낫다고 생각했다.
다음 덕후는 튤립을 키웠다. 튤립이라….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에겐 적이지만
이 아름다운 꽃을 키워나가는 저자는 최근 즐겁게 보고 있는 크레이지 가드너 작가님의 광기가 느껴졌다.
글 말미에 봄을 대표하는 꽃이지만 그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담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글쓴이가 1년간 키우는 과정을 쓴 글을 읽은 후라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래도 튤립을 키울 수 없다.
나는 집사니깐...
마지막 덕후는 일기덕후였다.
다이어리 쓰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는 작년에 5년만년다이어리른 샀고.
결국 중간에 안 쓴 날이 꽤 많았다. 지금 다시 열심히 쓴다고 한 글자라도 쓰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거기에 반해 글쓴이의 다이어리 관련 이야기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 꾸준함에 혀가 내둘렸다.
그런데 무엇보다 다이어리를 쓰며 사람 사는 게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것에서
격한 공감이 되었다. 5년 다이어리를 쓰다 보니 나도 작년에 하던걸 거의 그대로 하지만 또 살아가고 있었다.
꾸역꾸역 살지만 꾸준한 소소한 행복이 있는 삶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도 좋겠다 싶다.
사실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데 이번 책은 푹 빠져서 읽었다.
애정이 담긴 것에 대해 정성 들여 쓴 글은 재미있었고 그 안에 사랑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고자 고민하여 한자 한자 적어낸
세레나데 같은 글들을 묶은 이 책안의 5덕후들의 모두 삶 속의 행복을 쥐고 있는 이들이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멋있고 당당한 덕후가 되기위해 노력해야겠다.

현재 자신의 삶이 허무하거나 공허하고 재미가 없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는 걸 읽으면 나도 뭔가 하고 싶어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