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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평점 :
대학교 이후 시집을 산 기억이 없다. 그때 산 마지막 시집의 제목도 기억이 안 나지만
여행을 테마로 국내와 국외 시인들의 시들을 모아둔 시집이었다.
전혀 여행과 연관 지을 수 없는 시들도 있던 게 의외였지만
책장에 두고 어딘가 가고 싶어질 때 꺼내서 아무 시나 읽곤 했었다.
대학교 때는 세계여행이 꿈이었기에 세계지도를 책상 유리 밑에 두고 어디를 갈지 공상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 세계여행은 위시리스트 이기는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면서 여행이 사치 같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시를 읽는 것도 여행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어딘가 놀러 간다는 게
여행을 떠나고 기차나 비행기를 타는 게 어색해진 지금
집에서 구독 서비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일상인 요즘
2021년에서 2022년을 지나며 자기 전에 한두 편씩 시를 읽고
시화집에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니 다시 여행을 꿈꾸게 된다.
이번에 보게 된 시화집은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시를 찾아보지도 읽어보지 않았던 #나태주 시인과
예전에 짤방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돌이라는 걸로 본 적 있는 걸스데이
유라의 그림이 함께한 시화집 이다.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아름다운 시와 그림으로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시집이었다.
표지부터 아련하고 멋진 이 시집은 총 4부로 되어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149편의 나태주 시인의 시와
20편의 화가 유라 씨의 그림들이 어우러져
짧지만 긴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시라는 것은 한 번에 소설 읽듯이 읽는 것보다
책상이나 자주 손이 가는 곳에 놔두고 자주 보는 편인데
머리맡에 놔두고 잠들기 전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
이번 시화집으로 나태주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는데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고 글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너무 난해하고 산문적인 시를 보다가
동글동글 몽글몽글한 기분이 드는
마음이 치유되는 혹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들을 읽다 보니
연말 연초에 마음을 비우고 새로 시작하려 지점에서
매우 어울리는 시들이 많았다.
특히 책 머리에 나태주 시인이 친필로 써 내려간 글귀가 1월 1일에 읽으면서 가슴에 박혔다.
우리들 하루하루가
소중한 여행입니다.
매일매일 지겹다며 버틴다고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두근 두근거리면서 삶을 살아가는 2022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 색감이 참 예쁘다 생각했는데...
유화와 펜 드로잉 아이패드 그림 등 다양한 그림들이
나태주 시인과 참 잘 어울렸다.
화가 유라 씨의 그림이 참 좋았다.
맑고 가끔은 뿌연듯한 그림에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고픈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내 취향인 것 같다.
그림을 통한 병풍식 달력이 책에 동봉되어 있었는데
그림이 계절을 오롯이 담고 있어서
책상 한편에 올려놓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인테리어가 된다.
오랜만에 읽는 시집에서
예쁜 시들이 참 많았는데
그중 성공이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이 맞는 건지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건지 항상 두려운 나에게..
굉장히 위로가 되는 시였다.
성공
나는 지금도 가고 있는 중이야
나는 지금도 두리번거리고 있는 중이야
....
나는 지금도 서 있는 중이야
나는 지금도 다리가 아픈 중이야
그래도 좋아 왜냐면
나는 지금 내가 만나고 싶은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말이야
한 해를 넘기며 뭔가 2021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서 괴로웠던...
나에게 굉장히 위로가 되어주었다.
여행5 라는 시와 시화에서는
내가 살았던 아주 추웠던 곳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정말 뭉클해졌다...
저작권으로 다 올릴 수는 없지만...
주변의 친구들에게 전달해 주고픈
아름답고 예쁜 시들과 시화들이 가득했다.
시만 있는 시집만 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화집을 보게 되었는데
시를 더욱더 가슴 깊이 이해하는데 시화집이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는 시를 좀 더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하게 해주는 시화집이었다.
많은 이들이 시를 읽고 좀 더 아름답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길 기도한다.
성공
나는 지금도 가고 있는 중이야
나는 지금도 두리번거리고 있는 중이야
....
나는 지금도 서 있는 중이야
나는 지금도 다리가 아픈 중이야
그래도 좋아 왜냐면
나는 지금 내가 만나고 싶은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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