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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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훌륭한 업적을 가진 과학자들은 많다. 매해 노벨과학상 의학상을 받는 이들이 나오고 그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그 이전의 훌륭한 과학자들 덕에 우리가 편리하게 쓰고 있는 모든 것들이 생겨났다. (물론 전쟁 같은 최악의 일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좋은 작가는 아니었다. 그들의 깨달음을 우리에게 이해시켜주진 않았고 그들이 왜 연구하게 된 것인지 무엇을 연구했는지 우주의 신비 등을 정말 재미있게 설명할 줄 아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글솜씨뿐만 아니라 그의 방대한 인문학 등의 방대한 지식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용어만 들어도 어려워 보이는 주제만 들어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내용을 소곤소곤 농담도 섞어가면서 어렵고 전문적인 부분은 빼기도 하고 꼭 필요하다 싶은 내용은 아주 적절한 예시를 통해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건 물론 그 노력이 효력이 있어 읽는 내내 다음 장이 궁금하게 만드는 책을 써낸 브라이언 그린에게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록만 봤을 때는 다 어려워 보이고 뜬금없어 보이는 목록이었지만 읽다 보니 작가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내용도 신경 써서 써 내려간 글임이 확실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목록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책은 첫 장부터 하나씩 읽어가면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맡기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경우에는 과학 관련한 일을 하지 않아 과학 용어를 접할 기회가 적고, 물리를 공부한 지 이제 거의 20여 년이 지나서 용어는 들어본 것 같은데 정의가 생각나지 않아 이를 어쩌나 싶었는데 작가님이 어찌나 세심한지 용어부터 집어주고 이 내용이 다음에 가서 한 번 더 나오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따라오라는 혹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 걱정 말라는 응원 아닌 응원에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결론은 너무 뿌듯한 순간이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세상 보는 거시적인 시각을 경험하고 나니 당연히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우리 집고양이랑 내가 엄청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전 우주 안에 내 존재의 작고 찰나의 삶이라는 것, 좀 더 세상을 자연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1장 영원함의 매력에서는 사람들이 영원을 탐하면서 과학이 발전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하며 저자가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책에서 이야기할 것들을 짐작하게 해주는 기초 강의 같은 장이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의 근심은 더 커지기도 하고 가끔은 위안을 얻기도 하겠지만,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본성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29

 

2장 시간의 언어에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야기하게 될 엔트로피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증기기관이라는 익숙한 것을 통해서 열역학법칙 엔트로피라는 쉽게 이해하지 못할 용어를 여러 가지 예시 등을 이용해서 쉽게 설명해 준다.

 

제2법칙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상태는 오늘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어제의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논리를 계속 적용하면 어제는 그저께, 그저께는 그 그저께...로 소급되다가 결국은 엔트로피가 가장 낮았던 우주의 기원, 즉 빅뱅까지 도달하게 된다. p65

 

3장 기원과 엔트로피는 앞장에서 엔트로피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것으로 우주의 기원을 어떻게 살펴볼지 이야기했따면 이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그 기원이 어떠했는지 빅뱅 후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빅뱅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지만 그 우주의 기원을 이렇게 과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둔 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핵력의 역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중력과 핵력이 동등한 자격으로 팀을 이뤄서 제2법칙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공정한 것 같다. p103

 

4장 정보와 생명은 슈뢰딩거의 공개 강연에서부터 시작되어 20세기 과학의 최고의 업적이라 불리는 DNA의 이중 나선 구조가 탄생을 이야기를 시작으로 원소의 기원, 태양계의 기원 등을 이야기한다. 생물의 양자역학과 원소들의 관계 등 생명의 탄생이 되는 물부터 진화 앞장에서 이야기한 열역학의 생명과의 관계를 통해 다른 것들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의 통합하여 생각해서 생명을 이해하게 해주는 장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전자가 점프하면서 진행되는 일련의 산화 환원 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 p142

 

5장 입자와 의식 이 장에서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철학적이고 과학이라는 범위에서 담기지 않을 법한 것들을 과학적으로 풀어가려는 과학자들을 보여준다. 마음이 물리학 법칙에 영향을 받는가? 우리의 몸 자체가 열역학법칙에 생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전장에서 말한 저자가 의식과 마음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주에는 물질이 있고, 마음을 가진 생명체도 존재한다. 물질은 마음에 영향을 주고, 마음은 물질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히 다른 존재다. 현대 과학의 언어로 말하면 "원자와 분자에게는 사고 능력이 없다."p179

 

6장 언어와 이야기 에서는 언어는 보통 역사와 인문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아니 어쩌면 저자의 인문과 역사 영역과 함께 패턴 통계 진화라는 요소와 함께 이야기한다. 아직 확실해지지 않는 언어의 기원에 대한 더욱 그럴듯한 논리를 보여준다.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언어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점을 접할 수 있다.

 

신화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아직은 뚜렷한 정설 없이 논쟁과 반론만 난무하고 있다. p261

 

7장 두뇌와 믿음에서는 6장에서 이야기했던 신화에서 더 나아가 종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먹고살기 위해 발전을 거듭하고 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찾아야 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종교에 대해서 그 기원을 과학으로 분석한다. 종교와 과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분야는 끊임없이 지금도 그 원인을 찾아내고 있다. 저자는 그런 현실과 어떤 추론이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이 종교적 신념을 갖게 된 것은 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나 독실한 마음을 낳는 신체 기관 때문이 아니라, 진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장구한 세월 동안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p278

 

8장 본능과 창조력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닌 예술 등이 처음에는 생존에 의해 필요한 것들의 유전적 요소로 남아서 계속해서 남아있는 것이라던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고 믿어서 발견하는 게 과학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창조해 내는 능력 불멸을 원해서 추구하고 만들어내는 것 계속해서 인류를 발전하게 만드는 그것들의 요소를 과학으로 이야기한다.

 

학자들이 예술의 진화적 유용성과 사회 결속에 공헌한 정도, 그리고 고대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아무리 열심히 파헤쳐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삶과 죽음, 유한과 무한 등)을 표현하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 예술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p345

 

9장 지속과 무상함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시간을 초월한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이번에는 여러 시간개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초반부터 등장해서 여러 개념에서 현상을 설명한 엔트로피는 여기에도 등장해서 사고에도 엔트로피의 개념을 채용한 이론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고하는 생명체들의 미래에 관한 여러 이론들도 함께 이야기한다. 무한한 시간 속에 찰나이지만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2장의 첫머리에서 보았듯이,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우주의 미래가 암울하다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를 비추는 빛과 우리가 떠올리는 생각은 단명하지만, 과학은 이것을 정말로 희귀하고, 경이롭고, 가치 있는 사건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p396

 

10장 시간의 황혼 이 장에서는 미래 아니 언젠가 일어날지도 일어났을 수도 있을 이야기를 한다. 이 장에서는 블랙홀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데 블랙홀의 붕괴에 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시간의 끝이 무엇인지 나온다. 항상 유한하다고 여겨지던 개념의 끝을 이야기하는 건 낯설지만 신선한 내용이었다. 다소 sf 소설 같은 설정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충분히 논의되고 있으며 고려되며 진실이 될 이야기들을 읽어볼 기회가 있는 장이다. 마블 영화나 만화를 통해서 익숙한 다중우주 이론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우리 우주에서 오랫동안 우주를 생각해 온 생명과 사고는 언제가 반드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우주를 넘어 무한한 공간 저편 어딘가에 영원한 생명과 사고가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원을 상상할 수 있고 영원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직접 만질 수는 없다. p 436

 

11장 존재의 고귀함 이 마지막 장은 철학서의 느낌도 물씬 난다. 불멸의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사란 어떤 의미인지 과학이 발달하면서 점점 길어지는 수명으로 영생을 생각하면 달라질 삶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이 의미 있을지 생각하게도 한다. 저자는 과학이 바깥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말하지만 그 이상으로 성찰하고 자신이 할 일을 결정하는 인간사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그렇다. 우리는 무상하기 그지없는 일시적 존재다. 그러나 우리가 존재하는 짧은 시간은 우주의 역사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만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형이상학적 가치를 창출했다. p455

 

이 저자의 이전 책을 읽거나 다른 저서를 읽은 적이 없다. 이번이 그와의 처음 만남이었고 이 첫 만남은 강렬하고 인상적이며 유용했다. 이렇게 글도 잘 쓰고 인문적 소양도 넓은 세상을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방향과 기저 지식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사람이라니 부럽고 재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를 전하게 된다.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내일 당장 인류가 멸망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아포칼립스적인 SF 영화들을 보면서도 픽션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사실로 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내 생각과 행동에서 과학적인 근거와 의미를 알게 해준다는 것은 경주마에 눈 가면으로 측면만 보게 하던 것을 벗겨낸 거 같은 효과였다고 생각된다. 하늘의 별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엔트로피에 대해서 인지하게 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몇몇 영화들을 다시 보면 재미가 두 배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주의 탄생과 마지막 생명의 탄생과 사고하는 존재의 사라짐까지 이야기한다. 이게 그렇게 중요할까? 중요하다. 사람들은 죽음에서 달아나고자 영원의 삶을 위해 발전하고 나아갔다. 그 끝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발버둥 쳐왔다. 그것들의 결과가 현재이고 말이다. 사고함에 대한 사고를 함으로써 자신의 사고를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삶의 의미나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꼭 읽어볼 책이다. 내가 고민하던 죽을 것 같던 괴로움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거 말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의 고민의 사소함을 풀어놓을 수 있는 지식은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우리의 근심은 더 커지기도 하고 가끔은 위안을 얻기도 하겠지만,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본성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P29

제2법칙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상태는 오늘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어제의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 논리를 계속 적용하면 어제는 그저께, 그저께는 그 그저께...로 소급되다가 결국은 엔트로피가 가장 낮았던 우주의 기원, 즉 빅뱅까지 도달하게 된다. - P65

핵력의 역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중력과 핵력이 동등한 자격으로 팀을 이뤄서 제2법칙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공정한 것 같다. - P103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전자가 점프하면서 진행되는 일련의 산화 환원 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 - P142

우주에는 물질이 있고, 마음을 가진 생명체도 존재한다. 물질은 마음에 영향을 주고, 마음은 물질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히 다른 존재다. 현대 과학의 언어로 말하면 "원자와 분자에게는 사고 능력이 없다." - P179

신화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아직은 뚜렷한 정설 없이 논쟁과 반론만 난무하고 있다. - P261

인간이 종교적 신념을 갖게 된 것은 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거나 독실한 마음을 낳는 신체 기관 때문이 아니라, 진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장구한 세월 동안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 P278

학자들이 예술의 진화적 유용성과 사회 결속에 공헌한 정도, 그리고 고대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아무리 열심히 파헤쳐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삶과 죽음, 유한과 무한 등)을 표현하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 예술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 P345

2장의 첫머리에서 보았듯이,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우주의 미래가 암울하다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를 비추는 빛과 우리가 떠올리는 생각은 단명하지만, 과학은 이것을 정말로 희귀하고, 경이롭고, 가치 있는 사건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 P396

우리 우주에서 오랫동안 우주를 생각해 온 생명과 사고는 언제가 반드시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의 우주를 넘어 무한한 공간 저편 어딘가에 영원한 생명과 사고가 존재한다는 생각만으로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원을 상상할 수 있고 영원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직접 만질 수는 없다. - P436

그렇다. 우리는 무상하기 그지없는 일시적 존재다. 그러나 우리가 존재하는 짧은 시간은 우주의 역사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만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형이상학적 가치를 창출했다.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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