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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보면서 트럼프가 재선될까 마음을 졸였다. 트럼프 임기 동안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특히나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선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전 대선보다 열심히 구경했다. 결국 내 바람대로 트럼프는 낙선했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따낸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지지를 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그의 정책에 본인들에게 별로 득도 되어 보이지 않는 지지층도 있어서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스스로가 정치를 모르기도 했지만 난 정말 미국 사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내가 사는 사회와 삶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마이클 샌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은 나에게 미국의 현실 정치와 사회를 경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를 제외하고도 경제적이고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결과로 트럼프가 당선되고 더욱더 계층 간 증오와 분노 차별과 시위가 만연했다. 여기에 저자는 이 상황이 일어난 원인을 이 책으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이 개탄할 만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문제의 원인과 분열과 반목의 과정을 보여주며 어떤 것을 바로잡아야 할지 이야기한다.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와 관련된 이야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국의 현 상황도 저자의 분석안에 들아가며 미국이 받은 경제 타격은 우리에게도 돌아왔고 그것은 나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미국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내가 잘 하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제 이야기할 차례이고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책이었다.
저자는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총 7개의 챕터를 통해 현재 미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사회, 정교, 철학, 역사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게 풀어준다.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면서 현재의 원인이 되는 과거를 짚어가며 무엇이 이런 결과를 일으키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 설명에는 신학도 철학도 근 40년의 미국 역사보다 더 앞선 시대의 이야기도 나온다. 스스로 열심히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구가 갖게 되는 땅 미국이 어째서 꽉 닫힌 사회가 계급이 없지만 있는 것보다 더 서로를 경멸하고 미워하며 갈구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능력주의라는 것에 기초하여 설명한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것들이 어디서 틀어져 결국 지지 정당마저 반전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말이다. 정치에서 도덕보다 경제적이익이 우선시 되면서 틀어진 것들 기득권이 그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들이 능력주의자들의 오만이 일으킨 뼈아픈 실수가 무슨 결과로 나타나 미국을 뒤흔들었고 흔들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자본주의를 통한 세계화가 어떻게 일자리를 빼앗아가는지 저자는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나 교육이라는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면서 그렇지 못한 혈실과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학벌주의를 꼬집은 모습은 우리나라의 사회와도 다르지 않아 시원하면서 아팠다.

책을 읽는 내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싶은 부분들에 표시를 해 두었다. 너무나 많은 부분을 표시해 두어서 표시된 부분을 읽는 게 다시 읽기가 될 것 같았다. 책은 미국과 유럽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는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 대입해서 읽게 되었다. 서론에 나왔던 대학입시 스캔들을 읽는 동안 최순실 사건이 생각이 났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의 효시가 된 사건이 바로 최순실 딸의 대학 입학 관련 비리였다. 왜 그녀는 딸을 명문 대학에 보내려고 그런 방법까지 쓴 걸까? 세상에 살아가면서 찜찜하게 여겼던 무엇이 잘 못 된 건지는 모르지만 알 수없이 답답하던 많은 부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명쾌해졌다. 현재 미국만큼 한국도 세대 간의 갈등과 빈부격차 성차별 등 인종 관련해서 많은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문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화에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은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앓고 있다. 가격경쟁과 공장 기피 등으로 우리의 우수기술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까지 지금 프로파간다로 한류를 찬양하지만 그 핵심과 알맹이가 얼마나 한국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 모두가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 출산율은 점차 떨어지며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조차도 이 나라에서 누군가와 결혼해서 다음 세대를 키워낼 자신이 없다. 더 나은 삶을 살 희망이 없는 곳에서 누가 뿌리를 내리고 다음을 기약할까?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도 이제 다시 생각해야 한다. 40년 전은 진짜 우리나라도 능력에 따라 기회가 있는 땅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돈이 돈을 벌고 돈이 학벌을 기회를 미래를 만들어준다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다. 계급이 없다지만 부의 계급이 있다는 게 보이고 그곳을 넘어가닌게 요원해 보이기에 더 절망한다. 가장 안전한 나라 코로나를 잘 컨트롤하고 있다는 자기 위로가 아닌 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할 때인 것이다. 무조건 나누어주고 뺏어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교육과 정책이 변화되어야 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요즘 들어 일을 하면서 능력주의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걸 느낀다. 일만 잘하면 되니깐 주변에 폐를 끼쳐도 전 할 일 다했다며 잘 못 없다는 내가 왜 내가 돈 받는 그 일 말고 더 일해야 하냐며 사라지는 그런 일들을 보기도 한다. 내가 이제 늙어서 그런 걸까 싶으면서도 이 책을 읽으면서 세대 차이도 있지만 능력주의를 어릴 때부터 주입받으면서 그 세대가 중요시하는 가치가 달라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다른 세대와 함께 다음 세대를 준비하려면 지금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를 돌아보고 현실을 직시하며 이야기하고 바꾸어보자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에게 원인과 결과를 보여주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는 건 이제 이걸 읽고 우리가 토론하고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식의 변화 말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우리이기에 이제 진짜 선택하지 않으면 몇 십 년 후 인구감소로 인한 멸망하는 미래와 항상 그랬듯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내는 미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지금과 같은 사회라면 멸망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윗세대가 못한 것을 우리가 바꿀 수도 있을 거라 희망해본다.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도 모르고 휩쓸려가다간 우리를 흔들고 입맛대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원하는 대로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던 것들 이 세계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알고 어디로 나아갈지 다 같이 동등하고 공정하게 나아갈 방향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1챕터 승자와 패자
민주 정치가 다시 힘을 내도록 하려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보다 건실한 정치 담론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 공통의 일상을 구성하는 사회적 연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능력주의를 진지하게 재검토함으로써 가능하다. - P61
2챕터 선량하니까 위대하다 능력주의 도덕의 짧은 역사
능력주의는 우리의 은총을 추동하거나 그 자체의 이미지로 개조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은총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 은총을 받았다는 것이다. - P100
3챕터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포장하는가
사회적 상승 담론이 야심적이며 아직 달성되지 못한 저 너머를 약속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이미 이루어진 현실만을 축복하게 된다. - P134
4챕터 최후의 면책적 편견, 학력주의
능력주의와 기술관료 정치의 실패를 바로 바라보는 일 그것은 그런 불만을(능력주의 엘리트의 오만과 기술관료적 비전의 협소함 )제대로 접수하고 공동선의 정치를 다시 이미지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다. p183 - P183
5챕터 성공의 윤리
그들은(능력주의 엘리트) 그들이 내놓은 능력주의 사회 시스템에 내재된 대중을 향한 모욕을 도무지 모르고 있었다. - P243
6챕터 ‘인재 선별기‘로서의 대학
아무리 야심찬 주장이라고 해도 4년제 대학 학위가 성공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능력주의자들의 주장은 우리가 다수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 - P297
7챕터 일의 존엄성
로버트 케네디 이후 수십 년이 지나자 진보파는 공동체, 애국심, 일의 존엄성 같은 것을 대체로 내버렸으며 대신 사회적 상승의 담론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있다. - P329
능력주의적 인재 선별은 우리 성공은 오로지 우리가 이룬 것이라고 가르쳤고,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빚지고 있다는 느낌을 잃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유대관계의 상실로 빚어진 분노의 회오리 속에 있다.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는 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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