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영하 40도...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일 것이다.

우선 실내에서 나와 숨을 쉬면 바싹 얼어붙는 코와 속눈썹에 숨으로 인해 생기는 고드름....

움직이는 것도 힘든 추위 끝없이 펼쳐진 눈으로 뒤덮인 세상...

눈오늘날 무리해서 나갔다가 추위에 정신이 아득해져서 눈속에서 잠들어서 죽을뻔한 경험을 한 후로는 

눈오는날은 밖에도 안나가곤 했었다. 나는 몇개월간 겪은게 다지만 다시 하라면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런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었다.주인공이 이런 추위를 학을떼며 싫어하면서

따뜻하고 자원이 풍부한 삶에 끌리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공감이 되는 소설이었다.

나도 혹독한 취위에 과일이나 야채를 돈이있어도 구하기 어려워 못먹으면 그리워했던 기억이 나서

음식에 허겁지겁 달려드는 주인공의 모습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봤다.

 

 

 

 


십 년 전쯤 내가 살았던 세상이기도 하다.

매일 텔레비전의 일기예보에서 영하 40~55사이의 온도를 보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다니 하면서 좌절하고

동상 직전까지 간 발이 아프다 못해 가만히 있어도 간지럽고 찬물이 싫어서 밖에서 손도 안씻고 화장실도 참던 삶.

나가기 위해 바지를 4개씩 입고 잠바만 2개 내복도 두벌을 껴입고도 뼈가 시린 기분의 그런 곳

지금도 생각하면 머리가 띵해지는데 평생 그런 곳에서 살아왔다가

따뜻하고 편한곳에 살아보게 되면 사람이 얼마나 안온한 삶에 목숨걸게 될까?

그래도 내가 살던 곳에선 38도까지 올라가는 여름이 있었고 푸른 초원도 있었지만 1년내내 겨울이라면

아마 누구든지 그곳만 벗어난다면 뭐든 하고싶어지겠다는 상상을 주인공만큼 이입해서 하게되었다.

엉뚱한 경험덕에 주인공 마음에 격한 공감을 하면서 보게 된 이 책의 제목은 스노볼이다.

 

 

스노볼에서 세상은 스노볼이라는 곳은 바깥세상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4계절 같은 삶이 있는 세상으로 바깥세상의 혹독한 겨울 날씨와 다르게 온화한 날씨와 더위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런 안온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액터와 디렉터로 액터는 자신의 삶을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스노볼에서의 삶을 보장받고 그런 액터의 삶을 편집해서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게 디렉터이다. 스노볼 바깥의 비참하고 끔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일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도 언젠가 액터가 되어 스노볼에서 행복하고 따뜻한 삶을 살 것을 꿈꾼다. 그 꿈 덕에 사람들은 쳇바퀴 도는 듯한 노예 같은 삶과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도 커다란 불만 없이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 초밤은 디렉터가 되어서 자신이 좋아하고 유난히 닮은  배우 고해리의 삶보다 더 멋진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필름스쿨에 들어가기를 꿈꾸는 소녀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필름스쿨에 이번에도 떨어져서 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쌍둥이 오빠와 치매를 가진 할머니 엄마와 같이 살면서도 씩씩하고 돌아가신 아빠를 닮아서 정의롭다.그러던 중 초밤이 사는 마을에는 스노볼에서 내쳐진 액터 조미류가 오게 된다. 수차례 살인을 저지른 액터 그녀를 살인귀라 싫어하지만 초밤만은 그녀가 싫지 않다. 우연히 미류의 부탁을 받게 된 날 초밤은 손님 하나를 만나게 된다. 차설이라는 지금 최고의 디렉터 그녀는 초밤에게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최고의 액터인 고해리가 자살했다며 해리를 닮은 초밤이 해리대신 해리의 삶을 살아달라고 단 1년만 해리가 은퇴를 선언하면 그녀에게 디렉터가 되는 길을 갈 수 있게 도와준다며 디렉터의 꿈과 야망을 가지고 있던 초밤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 결국 차설을 따라 들어간 스노볼의 세상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 씬 대단하고 냉정하고 혹독하다. 그리고 액터들의 삶은 보는 것처럼 화려하지만도 않다. 24시간 모든 것을 촬영하는 삶이 어떻게 온전한 삶이겠는가. 하지만 이런 삶의 기회를 받은 초밤은 해리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스노볼 세상에 액터에 적응해 가는 자신을 느낀다. 1년이 아닌 앞으로도 차설이 원하는 대로 이본이라는 거대 미디어 제국 스노볼의 가장 큰 힘을 이용하고도 싶다. 이본 그룹의 차기 경영권자인 잘생기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친절한 이본회와의 만남을 통해 점점 더 모순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디렉터가 되고싶다던 그녀는 디렉터처럼 생각하며 엑터를 하며 차설이 원하는 고해리를 연기하면서 점점 불안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해리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그러던 중 초밤은 해리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커다란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과 해리를 둘러싼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한다.

....

(이 이후는 스포일러라 여기까지만)

스노볼은 #페이지터너 소설이라고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주인공 초밤이 매력적인 것은 물론, 모든 등장인물들의 삶이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계속해서 욕망을 따라가면서도 무언가 잘 못 된 것을 느끼고 바로잡기 원하는 꿋꿋한 주인공 초밤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맹목적이고 병적인 집착과 확신 광기를 가진 차설, 조력자 같으면서도 애매하면서도 냉정하지만 따뜻한 모습이 보여서 차가운 핫초코 같은 남자 이본회, 사랑스러운 초밤의 가족들, 지질한 어른이지만 점점 성장하는 차향등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통통 튀고 인상적이다. 모두에 매력이 있어 주변인들의 이야기 더 듣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외전과 에필로그마저 아직 스노볼과 전초밤, 고해리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해주는 것 같았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그 다음 이야기도 앞으로 고해리의 이야기도 듣고싶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설국열차, 아일랜드, 트루먼쇼 헝거게임 등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것들이 생각난다고 해서 비슷한 것은 아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의 생존,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희망을 주어 조금이라도 비참한 생활 속에서

살아남아 권력자를 위해 살게 하려는 권력의 부패함과 이기적인 모습.

이기적인 인간의 삶에 의해 결국 파괴된 문명과 환경으로 고통받는 세상.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삶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인간 본질을 닮고 있어서, 이해도 되고 화도 나고 앞으로 초밤이가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지

계속 응원하게 되면서도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를 속도감과 예측불가함이

마지막 에필로그 외전까지 책이 끝나가는 게 아쉽게 만들었다.

SF나 판타지 소설 영 어덜트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만족스러운 한 권이었고

한 권으로 끝난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다음시리즈가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초밤이는 할 일이 많이 남았고 조연으로 나왔지만 강렬한 외전까지 나와준 조미류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유튜브와 sns로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 시대의 욕망을 투영한듯한게 스노볼과 바깥의 삶은

보여주는 걸 통해 재화를 벌고 더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담보로

시궁창 같은 삶은 노예의 삶을 노예의 삶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현대인의 노예 같은 삶과 닮아있었다.

지금 우리의 삶에서도 sns로 잘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욕하면서도 좋아하고 부러워하고

보여주기 위해 소비하고 아둥바둥하고 힘들어하고 보여주는 삶에 지쳐있는 우리네 삶도 보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의와 도덕 가족도 친구의 희생도 어쩔 수 없었다 하는 인간의 추악함과

그래도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한 소녀의 꿈으로 욕망으로 희망과 절망으로 볼 수 있었던 스노볼은 참신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나의 삶의 목적과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도 만들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지 말이다.

그리고 환경파괴로 인해 비참해지는 세상의 묘사를 읽으면서 내가 겪었던 영하 40도의 삶이 생각나서

환경보호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영하 40~50... 그건 정말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니까 말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정신 차려! 방금은 네가 운이 좋아서 살아 돌아온 거지, 또 그러면 어떻게 될지 몰라!"



남들이 보지 않을 때는 나를 해리라고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리를 생각하면 자꾸 마음이 시큰해지니까.


내일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내일의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상을 흉내 낼 필요도, 나의 존재를 숨길 필요도 없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내일의 다음 날도, 그다음 날의 또 다음날도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가슴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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